[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해 치솟은 원자재값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문제를 두고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까지 곳곳에서 나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원자재값 급등과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여파다. 문제는 둔촌주공을 시작으로 공사중단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은 공사비 증액을 두고 협의 지연 및 시공자가 교체되는 곳은 종종 있었지만, 공사 중단까지 간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둔촌주공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약 6개월간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난후 공사 일정에 차질을 주는 현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진행률이 40% 수준인 서초구 신성빌라 재건축사업의 경우 동부건설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조합이 받아들이질 않자 지난 1월부터 약 1달간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조합이 동부건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오는 8월 입주예정인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사업 역시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공사중단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시공자인 삼성물산이 사업비 지원 중단을 통보한 상태로 조만간 공사중단까지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도 신반포4지구, 공덕1구역 등에서는 철거까지 진행됐지만 수개월째 갈등이 지속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들 현장을 비롯해 대부분 정비사업지들이 ‘실착공 이후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이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원자재값이 급등하자 기존 공사비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건설사들이 하나같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합은 급등한 원자재값을 반영해 달라는 공사비 증액 요청은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물가인상 뿐만 아니라 설계변경 및 특화설계, 조합 요구사항 반영 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정당하다고 맞서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조건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조건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특약이 유효하다며 서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에 전가되면서 전국 정비사업조합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고,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분양가를 무턱대고 올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피해를 조합원이 고스란히 져야하는 구조다. 이에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