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재건축조합 공사비 증액 갈등 심화… 조합 진퇴양난
시공자·재건축조합 공사비 증액 갈등 심화… 조합 진퇴양난
건설사 “자잿값·인건비 감당못해 사업 포기”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2.2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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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없음’ 공사계약 특약도 무용지물
금리·물가 폭등 “사업진행 곤란” 으름장
국토부·법원 해석 엇갈려 시장 혼란 부추겨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증가에 따라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시공사에 조합이 반발하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공계약 당시 대부분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이라는 특약조건을 걸고 계약을 했지만 지난해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이미 착공에 들어간 현장에서도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물가변동 배제 특약조건에 관해 국토부와 법원의 해석이 엇갈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 속출

서울 서초구 신성빌라 재건축사업(방배센트레빌프리제)은 최근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신성빌라 재건축은 지난 2020년 11월 동부사업과 평당 공사비 약 712만원에 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동부건설 측은 설계변경, 자재가격상승,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에게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지난 1월 공사를 중단했다. 동부건설은 공사도급계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의 ‘건설공사비 지수’ 변동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도급계약 상 착공 이후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은 없다고 동부건설과 합의한데다 조합 귀책사유에 따른 지연 시에도 기획재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 단가를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동부건설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단지는 2021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올 10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공사진행률 40% 수준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양측은 서로 지속적인 협의 끝에 지난 1일 공사를 재개했다. 다만 1달여간 공사가 중단된 만큼 공사기간이 1개월 연장됐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신반포경남·3차 통합재건축사업(래미안원베일리) 역시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삼성물산은 조합 측에 공사비 1,560억원을 증액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달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또한 삼성물산은 공사비 증액과 함께 오는 8월 입주를 2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원자재가격 상승, 코로나19 등의 이유에서다. 이와함께 감리업체 용역비 미지급문제까지 발생하며 최악의 경우 공사 중단 사태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사업 또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신반포4지구 공사비를 기존 9,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증액할 것과 공사 기간도 10개월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GS건설은 △설계 변경으로 오른 공사비 2,900억원 △금리 인상과 실착공 지연으로 증가한 금융 비용 및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재경비 1,800억원 등을 요인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조합 측은 공사비 일부 증액은 수용하지만, 금융비용 등 재경비 내용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3개월째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21년 10월 착공에 돌입했으며 현재 공정률은 약 17% 수준이다. GS건설과 조합은 향후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증액 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공사비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GS건설과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시공자인 공덕1구역 재건축사업(마포자이힐스테이트)도 시공자의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공덕1구역 재건축조합은 2018년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와 철거까지 마치고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공사비 인상 문제로 착공 시기가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조합은 지난 2017년 448만5,000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GS·현대 컨소가 지난해 급등한 건설 원자재값을 공사비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벌어지면서 아직까지 착공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조건 두고 갑론을박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요청에 조합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시공자 선정 및 계약 당시 대부분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이라는 특약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미 착공에 돌입한 현장에서 급등한 원자재값을 반영해 달라는 공사비 증액 요청은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건설사 측은 공사비 인상 요인은 원자재값 등 물가상승 말고도 금리인상과 특화설계 및 고급화 요청 등 다양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근 금리, 물가, 원자재값 폭등 공사비 증액 없이는 적자가 발생해 초기 공사비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 시점 대비 특화 설계 및 고급화, 조합원의 요청 등으로 시공자 선정 당시 초기 설계와 변경되는 것들이 많다”며 “또한 최근 금리인상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1년 사이 공사비가 대략 25% 올라 이대로라면 공사를 포기하는게 나을 정도로 적자나는 현장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실착공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조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토부와 법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해당 조건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4월 국토부는 질의 회신에서 “계약서상에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 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경우,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해 도급계약의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대법원에서는 해당 조건이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 조정을 금지하는 특수조건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하는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다”(2012다74076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부당특약 여부에 대해서 그 특약에 의해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 과정, 관련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기룡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변호사는 “실제 소송에서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물가상승이 아닌 설계 및 마감재 변경 등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제시한다”며 “다만 ‘실착공 이후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혹은 ‘소비자물가지수 적용’ 등이라는 특약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경우 착공 이후 단순 물가 및 건설사공사비지수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이라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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