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정비계획 단계에 추정분담금 검증… 사업혼란 부른다
재개발 정비계획 단계에 추정분담금 검증… 사업혼란 부른다
서울시 검증의무화 안내문 발송… 업계 반발
  • 최진 기자
  • 승인 2023.02.2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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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판단 핵심사항 깜깜 
관리처분인가 시점서
다양한 갈등요인 불러
사업지연 ‘허들’ 로 부각

공공재개발도 설명회에서
추정분담금 공지했다가
주민갈등만 초래해 

선정방식과 기준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 바람직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사업의 정비계획 단계에서부터 추정분담금 검증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와 분양가 등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사안이 불명확한 정비계획 단계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오히려 사업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추정분담금 산정 내용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알렸던 공공재개발사업의 경우 산정기준에 대한 오해와 갈등, 그리고 비례율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주민갈등을 초래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지등소유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정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추정분담금 산정방식과 기준을 현실적으로 수정·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시, 재개발 정비계획 수립 시 추정분담금 의무화 시동

서울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추정분담금 검증절차 이행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앞으로 서울 재개발구역은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토지등소유자별 추정분담금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정비계획을 변경할 경우에도 추정분담금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추정분담금은 추진위원회가 토지등소유자에게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할 때 정비사업에 따른 개략적인 분담금 내역을 알고 사업 참여를 결정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비사업에 있어 토지등소유자에게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바로 정비사업에 따른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토지등소유자에게는 ‘내가 얼마를 부담하면 얼마짜리 집을 얻을 수 있는가’가 사업 참여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조합설립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정비사업의 핵심 지출인 공사비를 줄이고 분양수익을 부풀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사비와 분양수익 등을 모두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출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극대화하는 편법이 활용됐던 것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6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지난 12월 11일부터 정비계획 수립 시 추정분담금 검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최근 서울시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자치구에게 추정분담금 검증 이행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일선 정비사업장에 제도 변화의 여파가 미칠 예정이다.

▲부정확한 정보로 추정한 분담금 산정… 사업지연·주민갈등 우려 속출

토지등소유자별 추정분담금 산정은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때와 더불어 사업 윤곽을 결정하는 사업시행계획수립, 그리고 권리관계를 확정하는 분양신청 및 관리처분계획수립 단계에서 제공돼 왔다.

하지만 사업단계별 추정분담금이 상이해 주민갈등의 단초가 돼 왔고, 특히 관리처분인가 시점의 추정분담금 통보는 집행부 해임총회와 새 집행부 구성, 시공자 교체, 사업방식 변경 등 다양한 갈등상황으로 번져, 사업이 지연되는 허들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시공자와의 공사비 본계약 과정에서 원자재 인상과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널뛰는 상황이 발생해 사업지연의 대표적인 고비로 여겨지고 있다.

강북구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분담금 산정은 단순히 주변시세와 사업면적을 분석한 추정분양가와 추정공사비뿐 아니라, 구역 특수성에 따른 특수용역비, 사업 기간과 금융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비계획 수립시기에는 정확성이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라며 “반면, 사업 초기에 부정확한 정보를 토지등소유자에게 각인시키게 되면 조합 내부갈등과 조합원들의 자금계획 실패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비계획 수립이 더욱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도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을 추산해 검증을 거치는 절차가 상당한 시일을 소요해 왔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토지등소유자 입장에서는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미리 추정분담금을 산정해주는 것이 손해는 아니지만, 자치구별로 검증위원회를 소집하고 검증내용을 심의하면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며 “일선 공공재개발 사업장들과 같은 부작용이 더욱 우려 된다”고 말했다.

반면, 추정분담금 조기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곳은 부동산 투자자들이다. 개략적인 수익과 지출을 사업초기에 가늠할 수 있고, 여러 정비현장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경우 사업단계가 초기일수록 투입자금을 줄일 수 있어, 더 일찍 투자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시행 이후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비계획 단계에서 추정분담금을 통한 ‘투자가치’분석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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