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동의서, 서명·지장도 대행 가능할까
조합설립동의서, 서명·지장도 대행 가능할까
  • 김정우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센트로
  • 승인 2023.02.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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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조합설립동의서의 유효성에 대한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대법원 판결에 대해 몇가지 반문이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몇 가지 예를 보자. 

A재개발 구역의 추진위원장‘갑’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기 위해 토지등소유자‘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을이 바쁜 업무로 직접 동의서를 작성할 수 없었다. 을에게만 동의서를 확보하면 곧바로 조합설립동의율을 충족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추진위원장은 토지등소유자 을에게 유선상으로 동의의사를 확인하고 허락을 받은 후, 갑이 을의 성명을 기재하고, 갑의 지장을 날인했다. 

위와 같은 동의서가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또는 아예 갑이 을의 허락을 받고, 갑의 이름을 기재하고 갑의 지장날인과 함께 갑의 신분증을 첨부했을 경우, 위 동의서도 적법하게 작성되어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위와 같은 동의서는 무효의 동의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시정비법 제36조가 규정하고 있는 동의서 작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와 같은 동의서도 유효라고 볼 여지가 높다고 해석된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36조는 조합설립동의서 등에 대해 “토지등소유자가 성명을 적고 지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하며,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18.2.9. 시행 이전의 구 도시정비법은 “자필로 서명하는 서면동의 방법”이라고 규정했고, 2012.8.2. 이전에는 인감도장 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했다. 

위와 같이 인감의 방법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서명과 지장 날인의 방법으로 변경된 이유는 인감증명서를 통한 절차적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면서도 서명과 지장날인을 요건으로 규정하여 동의서 위조와 관련한 법률적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우리 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를 심사할 때에 동의의 진정성에 관하여는 그 동의서에 날인된 인영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동일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각 심사해야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동의서에 대하여는 이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5759 판결).

위 대법원 판시에 비추어 볼 때, 앞서든 예시 사례에서, 을이 직접 서명하지 않거나 또는 지장을 날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 동의서는 무효라고 볼 여지가 높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 202142988 판결과 대법원 202156350 판결에 따르면 위와 같은 동의서가 무효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고등법원은 본인의 승낙 하에 제3자인 가족이 본인의 이름을 기재하고 제3자의 지장을 날인한 사안에서 “본인의 진정한 동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본인의 승낙 하에 제3자가 본인을 대신하여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동의서가 유효라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인 법인이 제3자에게 정비사업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위임한 후, 조합설립동의서에 그 제3자의 명의로 서명, 지장날인 및 제3자 명의의 신분증을 첨부한 사안에서 “위 동의서는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부합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해당 동의서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대전고등법원 2020누13415 판결)을 파기했다. 

위 판결들의 취지는 본인의 동의 의사가 확인되면, 3자가 서명과 지장날인을 대행하고 심지어 제3자의 신분증을 첨부해도 유효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본인의 의사에만 부합하면 본인이 직접 서명과 지장날인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은 도시정비법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시정비법 제36조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입법자가 토지등소유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서명 및 지장날인 대행을 허용하는 취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조합설립동의서에 제3자의 서명 및 지장날인 대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굳이 토지등소유자가 서명을 기재하고 지장을 날인하고 신분증을 첨부하도록 규정할 필요도 전혀 없는 것인데, 과연 입법자가 이런 것을 의도했을까 의문이 든다.

지문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위조가능성이 거의 없고 토지등소유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본인의 지장날인만으로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려는 취지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만약 제3자의 서명이나 지장대행을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면, 도시정비법에 대행자의 범위나 대행방법, 그리고 이를 위한 본인의사 확인 절차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김정우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센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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