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미묘한 시각차… 정부·주민 氣싸움 팽팽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미묘한 시각차… 정부·주민 氣싸움 팽팽
“도시 재창조” vs “빠른 사업 추진”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3.02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들, 광역개발 이유로 사업지연은 안돼
목동 등 일부지역에선 특별법에 불편한 기색
재건축·리모델링도 정책교통정리 힘들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정부가 이달 중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사업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처음 시도하는 거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정부가 설정한 목표와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현 가능성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광역개발을 통한 도시 재창조’ 목표와 주민들의 ‘빠른 사업추진 토대 구축’ 주장이 격돌하는 모양새다. 

▲주민들 “사업 빨리 갈 수 있게 해달라”

이번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은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특별법 제정 방향과 관련해 지난 7일 골격만 발표했음에도 불구, 정부와 주민들 간 입장 차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광역개발에 대한 의견 차가 클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국토부는 내심 광역개발을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틀로 잡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7일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주요 발표 보도자료 내용에서도 부제를 ‘질서 있고 체계적인 광역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라고 붙여 광역개발을 명시했다.

광역개발은 국토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발표에서 “도시 재창조 수준으로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한 발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도시 재창조가 가능하려면 기존 주요 간선도로와 기반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중요시 하는 방점은 ‘빠른 사업추진’이다.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광역개발이 진행되면 사업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0년 중후반 서울에서 추진된 광역개발인 뉴타운사업에서도 중도 포기한 사업들이 적지 않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관계자는 “지금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보기 좋은 도시계획 조감도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이 이뤄져 주차장 부족과 누수 등 주택 노후화로 고통받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광역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검토 내용이 많다며 기본방침, 기본계획 수립,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이 미뤄질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광역개발에 대한 우려 급증

광역개발을 염두에 둔 대규모 블록 단위로 진행하는 통합개발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기존 4곳의 아파트 단지를 하나로 통합해 고층ㆍ고밀의 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4개 단지 중 1곳의 안전진단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3곳도 한꺼번에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4개 단지가 중대형 및 중소형 단지의‘소셜믹스’형태로 배치돼 있을 경우 안전진단 때문에 사업속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5일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의해 기존 15%에서 30%로 바뀐 주거환경 항목 내용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주거환경 항목의 세부 내용에는 △주거환경 △재난대비 △도시미관 등 3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주거환경 세부항목에 ‘주차환경’이 포함돼 있다. 소형주택 가구당 0.7대인 곳과 중대형아파트 1.7~2.0대인 곳이 통합 예정 단지로 묶일 경우 주차환경이 양호한 중대형아파트가 안전진단 탈락, 통합사업 전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들의 사업추진 매커니즘상 통합개발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4곳을 통합단지로 진행할 경우 4곳의 조합장과 더불어 이들 전체를 대표할 ‘대표 조합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4개 단지 중 조합원 수가 많은 곳의 조합장이 집단적 표 대결을 통해 대표 조합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데, 이후 대표 조합장을 선출한 조합과 그 외 3개 단지 간 내부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중요한 의사결정 시 해당 조합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별법 적용을 거부하는 곳들도 나온다. 목동 등은 특별법 적용 대상 지구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기존 추진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목동 재건축 관계자는 “목동 지구는 조만간 발표할 목동지구단위계획 내용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는 특별법 내용을 적용하고자 사업을 기다릴 수 없다. 목동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되면 그 내용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과의 교통정리도 쉽지 않은 문제

특별법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의 정책 교통정리도 난제 중 하나다. 현재까지 국토부에서 밝힌 특별법 관련 내용 중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관계 설정에 대해 언급된 바는 없다. 그러다보니 리모델링 현장에서는 “리모델링을 계속 추진하자”는 측과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측으로 갈려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으로 병존하는 법 체계에서 어느 한 쪽의 사업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양립하는 중이다. “도시 재창조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도로 등 기반시설도 재배치가 필요하니 기존 리모델링 단지도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측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냥 리모델링을 통해 하루속히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