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에 쏠리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행정과부하 괜찮나
신통기획에 쏠리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행정과부하 괜찮나
서울시 폭발적 정비사업 수요 감당할지 의문
  • 최진 기자
  • 승인 2023.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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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완화에 재건축 붐…강남 등 일제히 사업시동
심의 지연 등 크게 우려…사업 장기화땐 실효성 추락 

보다 높은 행정력 통해 민원 난맥상 풀어 나아가야
추진주체 예상 가능한 정량적 공공기여 부담기준 필요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신속통합기획에 대해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의 정상화라는 긍정적인 정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 흥행을 뒷받침할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통기획을 포기한 1차 대상지들에서 드러난 정책설계 결함을 수정하고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재개발·재건축 수요를 담아내도록 행정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행정능력의 한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비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자칫 신통기획이 정비사업의 문턱을 높이는 허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현장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이탈문제와 주민소통 한계를 보완하고 절차상 하자 혹은 주민의견 변동에 따른 사업철회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통기획,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로 서울도심 새 판 짠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오세훈 시장의 ‘정비사업 정상화’공약의 핵심 실행방안이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계획안을 제시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정비사업 활성화는 이전 공공정비사업의 방향과 동일하지만, 민간 정비시장을 통해 활성화를 하겠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더불어 지난 2021년 5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를 골자로 한 ‘재개발 6대 규제완화’와 최근 윤곽이 드러난 ‘재건축 안전전단 평가기준 정상화’정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정책 동력이 확보됐다는 점도 신통기획 흥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여기에 ‘시공자 선정 조기화’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정비사업 고속도로가 마련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5년이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과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절차를 통합·간소화하는 대신, 공익을 위한 공공기여 패널티도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월 신통기획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지구단위계획 등 공공계획이 수립된 곳은 자문방식으로 정비계획을 지원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놨다. 또 정책의 안정성과 주민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주민반대가 10%를 넘을 경우 신통기획 대상지에서 배제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서울시 신통기획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고 추가적인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요증가가 예측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자문방식을 도입했다”라며 “신통기획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서울 노후도심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 많은 곳에서 빠르게 정비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정비수요 폭발… 서울시 행정력 과부하 걸리나

일각에서는 서울시 행정력이 폭발적인 정비시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던 서울 정비시장이 주거정비지수제와 안전진단 규제완화로 급격히 팽창되면 기존의 행정력과 지원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총 81곳이다.

재개발의 경우 사실상 모든 신규지역이 신통기획에 해당되며, 공모방식을 통해 노후도·동의율 등을 따져 선정되고 있다. 서울시가 우선순위와 행정력을 통해 컨트롤이 가능하다. 더불어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의 경우 소규모정비구역을 합산하는 방식인 모아타운이 시행되고 있어, 리모델링을 제외한 모든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권유 및 노후단지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진행되는 재건축 신통기획의 경우 안전진단 규제완화에 따른 행정력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신통기획은 △총괄기획가 위촉 △기획안 마련을 위한 기획단 운영 △주민의견 청취 △수권소위원회 자문회의 등 다양한 절차가 요구된다.

신통기획은 기존 정비계획 수립보다 훨씬 많은 행정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전진단 규제완화로 수요가 폭증할 경우 계획수립의 정밀성과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 후 노원구·양천구에서만 10개 이상의 단지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수십여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대규모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이 확정되면 소유자들의 의사에 따라 곧장 신통기획 신청 여부가 판가름된다. 

또 지구단위계획 유무에 따라 자문방식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는 등 추가절차가 빠르게 이뤄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매년 공모를 통해 신규 재개발대상지 20곳 이상을 관리하면서 수시로 첨가되는 재건축 단지의 신통기획 요구를 서울시가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서울시 행정력 과부하와 심의절차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신통기획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통기획 실효성 관건… 일선 정비현장 갈등·문제 살펴야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패스트트랙도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괄기획가를 대체할 자문위원의 성향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등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성을 저해하는 공공성 위주의 정비계획을 강요할 경우 사업 초기부터 민간 정비사업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 자치구 자문위원의 전문성과 구역 특성이 충돌하지 않도록 자문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간 추진단체가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량적 공공기여 부담기준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신통기획을 검토했던 송파 오금현대, 서초 신반포4차의 경우도 정비계획안 수립 과정에서 공공기여 부담 우려와 주민 반대 등에 따라 결국 신통기획 추진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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