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검증 강화… 구속력 없는 '공염불' 우려
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검증 강화… 구속력 없는 '공염불' 우려
서울시 제2의 둔촌주공 막겠다고 검증 강화
검증기간 길고 강제성 없어 갈등만 키울 듯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4.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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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서울시가 공사비 검증제도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업계의 반응이 차갑다. 가장 핵심인 법적 구속력에 대한 부분이 빠져 공사비 검증의 실효는 없고 절차만 강조해서 사업기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 과도한 공사비 책정과 증액 등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자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한국부동산원뿐만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를 공사원가 사전자문 및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자문기구와 코디네이터를 통해 공사비 검증결과에 대한 조합과 시공자의 소명·이의제기·협의 등의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장 중요한 공사비 조정에 대한 구속력 없이 절차만 강요하는 수준의 제도가 추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공사비 검증 제도 강화가 과거 서울시가 세입자 보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강제철거 예방대책’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제철거 예방대책으로 사전협의체는 의무화했지만, 정작 중요한 보상금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행 사전협의체 제도는 실제로 오로지 절차만 강요하는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한 상태다. 보상금에 대한 규정이 없어 애초에 해답 도출이 불가능한 채 탁상공론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최소 3회 이상 회의만 하도록 단순 절차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들은 사전협의체 제도로 인해 성과 없는 회의만 반복함으로써 3~4개월의 시간만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이에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 역시 검증결과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어 협의 절차만 강요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간법인인 조합과 민간법인인 건설사 간 계약에서 공공이 직접 도급금액을 강제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시간 낭비를 하면서 오히려 서로 엇갈린 입장만 확인함으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합은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사들에게 감액 권고로는 한계가 분명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담은 검증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조합과 건설사 모두 공사비 검증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요청은 최초 제출일에서 회신일까지 평균 160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협의절차까지 더해진다면 공사비 검증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검증절차의 표준화·효율화·신속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막는다며 그동안 고집해온 시공자 선정시기가 조례 개정을 통해 앞당겨지게 되자 서울시가 공사비 증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사비 검증제도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전협의체 제도와 같이 가장 중요한 금액에 대한 부분은 빠지고 오직 검증과 협의 절차만 강조한 제도가 나올 것”이라며 “조합의 사업추진에 또 하나의 걸림돌만 추가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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