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비용지원·시공자 선정 조기화… 양날개 단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시공자 선정 조기화… 양날개 단 재건축?
서울 도시정비 일부개정 조례안 7월 시행
  • 최진 기자
  • 승인 2023.03.3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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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비용지원 융자
탈락시 원금·이자 등 상환주체 불명확 논란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설계도서 기준안 복병 '반쪽짜리 정상화' 불만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 정비사업 정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과 시공자 선정 시기 정상화와 관련한 도시정비조례를 개정하면서 정비사업 활성화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비업계는 이번 조례 개정이 반쪽자리 정책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자치구가 대출방식으로 지원하는 안전진단 비용의 복잡성, 그리고 시공자 선정 시기 정상화의 단서조항인 설계도서 기준안이 향후 새로운 분쟁 요소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지원, 자치구 대출로 돌파구

서울시의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가결했다. 개정 조례안은 시의원 6명(김태수·서상열·서준오·이민석·최재란·허훈)이 지난해 8월부터 발의한 8개의 안건을 서울시가 취합·정리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을 의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다. 이번 개정 조례안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 △시공자 선정 조기화 △조합해산 의무화 세부규정 등이 담겼다.

개정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단지는 앞으로 과반수이상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 자치구에 정밀안전진단에 필요한 비용을 신청하면 협약을 체결해 1회 한정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 용역업체가 시행하는 정밀안전진단은 그동안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모금을 통해 해결돼 왔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해당 단지의 대지면적과 가구수, 연면적 등에 비례해 증가하며 1천가구 단지에서 발생되는 비용은 약 3억원이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사실상 정밀안전진단이 재건축 시행여부를 확정하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받은 단지는 해당 재건축사업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대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후 안전진단 시기가 도래하거나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부터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같은 날부터 시공자 선정시기 정상화 조례개정이 함께 시행되기 때문에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단지들의 자금부담이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전진단 비용 ‘대출’지원, 서울시 형평성 문제 여전

이번 조례개정의 법리적 근거는 상위법과의 정합성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조 제2항 등에 따르면 정비계획 입안권자는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을 “해당 안전진단을 요청한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을 활용해 기준연한이 지난 노후 아파트의 안전진단 비용을 대부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정비조례 제9조 제2항을 통해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요청자가 안전진단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라는 강행규정으로 정의해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에 선을 긋고 있었다.

이번 조례개정을 통해 해당 규정이 손질되는 모양새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마련한 ‘자치구 대출방식’ 때문에 반쪽자리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안전진단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추가적인 분쟁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정밀안전진단 탈락 가능성이다. 정밀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도 일부 단지들이 현재와 동일한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시도해 탈락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이 탈락되면 재건축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자치구가 지원한 수억원의 자금 회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자금을 회수할 대상도 난항이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안전진단을 신청한 대표자나 동의한 주민들에게 비용을 분담토록 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진단 비용을 전체 가구수로 나눌 경우 한 가구당 20~30만원 수준이지만, 절반가량의 소유자들은 동의를 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부과금은 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개정안 세부기준 관건, “정상화에 한도 설정 필요한가?”

나아가 안전진단 동의서를 낸 소유주에게 부담금을 요구할 경우 안전진단 신청 자체를 기피할 수도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아무런 손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사업초기부터 안전진단 동의서를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협력업체가 전무한 재건축조합의 경우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수년이 지나 안전진단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향후 조합은 그동안 쌓인 대출이자까지 갚아내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 정비사업 융자금의 경우 대출금리는 신용 연 3.5%, 담보 연 2.0%다.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후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면 이에 따른 이자비용을 조합이 추가적으로 반환해야 한다. 더불어 사업 집행부가 달라질 경우 안전진단 탈락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민갈등과 소송도 발생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자치구 대출방식의 안전진단 비용지원은 안전진단 탈락 시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이것은 점차 재건축사업 추진동력을 저해하는 악재로까지 작용할 수 있다”라며 “서울시 주택공급 대책과 도시계획수립은 재건축사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성과 중요도를 지닌 만큼, 수도권과 다른 지방도시와 같이 안전진단 비용 자체를 전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진단 탈락 시 지원된 자금 회수 방식은 담보 설정으로 논의되고 있고, 이자 부분 역시 저금리뿐 아니라, 무이자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이르면 5월경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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