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주민참여단이 뭐길래”… 곳곳에서 주도권 갈등
신통기획 “주민참여단이 뭐길래”… 곳곳에서 주도권 갈등
주민소통역할 기구, 지자체들 구성 기준 제각각
참여기준·내용 자의적… 소통 대신 반목만 키워 
  • 최진 기자
  • 승인 2023.04.05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도14구역, 신통기획 추진 대표자 주민참여단에서 제외돼 내홍 
창신9구역, 투자자세력 주민참여단 통해 사업주도권 쟁탈 움직임

당산동6가, 주민참여단 기반으로 새로운 추진세력 등장해 갈등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제도시행 초기부터 주민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참여단을 만들면서 기존 추진세력과 반대세력, 심지어 재개발에 반대하는 소유주까지 더해지면서 주민갈등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주민참여단이라는 신통기획 정책설계 결함으로 인해 사업 초기부터 재개발 대상지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민의견 수렴하는 주민참여단, 신통기획 첫발부터 진흙탕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돕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21년 도입된 제도다. 신통기획 추진절차는 ①사전준비 ②업체선정 및 계약 ③용역착수 및 개략계획(안) 수립 ④신속통합기획(안) 수립 ⑤정비계획 입안 ⑥위원회 심의 ⑦구역지정 고시 등 7개 단계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기존 5년 이상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3년 이내로 단축함은 물론, 향후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도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통기획 절차의 첫걸음인 사전준비 절차는 △총괄기획가 선정 △신통기획 코디네이터 구성을 포함한 자문단 구성 △용역발주 △주민참여단 구성으로 이뤄진다. 

최근 주민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주민참여단’은 향후 진행될 정비구역 지정 절차에서 주민의견을 대변하는 주민소통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하지만 주민참여단을 구성하는 기준과 내용에 대해서는 자치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갈등상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신통기획 재개발 2차 대상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상도14구역은 신통기획을 추진한 대표자가 주민참여단에서 제외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신통기획 추진단체에 따르면 새롭게 구성된 주민참여단이 최근 신통기획의 정식 주민 교섭단체를 자처하며 기존 추진세력에게 소유주 명부를 요구하는 등 사업의 주도권을 챙기려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참여단을 주민의견 수렴기구 정도로 이해했던 기존 추진세력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새롭게 구성된 주민참여단은 신통기획이 아닌, 지난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변형인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하던 단체라서 사실상 신통기획 주민참여단의 목적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구성원들은 주민참여단 신분으로 도심복합사업 동의서를 걷는 등 오히려 신통기획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취지 역행하는 주민참여단 구성… 기준·내용 제각각

종로구 창신9구역에서도 주민참여단 구성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던 기존 추진세력을 두고 신통기획 신청에서 뒤처졌던 투자자 세력들이 주민참여단을 통해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은 ‘다양성 확보’를 이유로 여러 소유주들을 혼합하려는 모양새지만, 투자자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도시재생사업을 지지하며 재개발을 반대해 온 소유주들까지 주민참여단에 관심을 드러내,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영등포구 당산동6가 역시 신통기획 선정 후 주민참여단을 기반으로 새로운 추진세력이 만들어지면서 주민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 신통기획 추진준비위원장은 “신통기획 2차 후보지 곳곳에서 주민참여단 구성을 두고 주민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어, 정비사업을 빠르게 돕겠다던 신통기획의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라며 “주민참여단 규모와 구성방식, 배점기준, 신청방식도 구청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단을 구성해야 할 자치구들도 우왕좌왕이다. 주민참여단이 그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 필요한 ‘일시적 주민의견 소통기관’이라고 설명하는 구청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구청에서는 신통기획의 실질적이고 공식적인 주민대표기구처럼 인식해 주민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주민참여단을 단순 주민의견 수렴기구 정도로 설명했던 강북의 한 재개발 대상지에서는 새롭게 구성된 주민참여단이 돌연 신통기획 공식 주민대표기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해당 구청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주민참여단 구성원들은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성격으로 이를 소유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주민참여단은 신통기획 공식단체? 자치구 행정도 혼선

반대로 주민참여단을 주민대표기구로 인식한 한 구청은 주민참여단과 소통한다는 이유로 주민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주민참여단이 공식적인 주민 소통창구이기 때문에 일관성 확보를 위해 신통기획과 관련한 협의와 의견은 주민참여단을 통해서만 확인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참여단을 구성하는 방식도 구청마다 제각각이다. 주민참여단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아 새벽에 일괄적으로 마감한 자치구가 있는가 하면, 주민의견의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며 구청이 자의적으로 성별과 나이, 직업 등을 검토해 골고루 선정하겠다는 자치구도 있다.

심지어 소유주가 아닌 세입자들을 주민참여단에 포함시키려다가 소유주들의 반발을 산 자치구도 있고, 대리자까지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치구까지 나오는 등 난맥상이 그려지고 있다.

서울시 신통기획 관계자는 “신통기획 재개발 대상지의 경우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민 갈등은 발생할 수 있지만, 이것은 신통기획의 정책 결함이라기보다는 재개발 예정지 곳곳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