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사업 주목받는 이유는…
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사업 주목받는 이유는…
규제완화 훈풍·시장침체 와중에 정비사업 ‘구원투수’ 각광
  • 최진 기자
  • 승인 2023.04.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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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사의 자금력 바탕
안정적인 사업추진 강점

주민갈등 리스크도 적어
설계나 인허가 변경 따른 
사업지연 최소화 기대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업계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규제완화에 따른 정비사업 활성화와 공사비·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시장불안이 교차하면서 신탁방식을 검토하는 정비사업장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의 대규모 규제완화로 인해 모처럼 얻은 정비사업 불씨를 신탁방식으로 살려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크게 흥행됨에 따라 제도점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탁정비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지속·반복될 경우 정비사업의 왜곡과 조합·조합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방식 도입이 6년 차에 접어들 때까지 이렇다 할 제도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신탁방식에 대한 정비 시급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리인상·공사비상승·시장침체… 정비사업 우환에 신탁정비 활성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북측구역들은 최근 신탁설명회를 개최하며 신탁시행자 방식으로 사업노선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이를 추진한 추진준비위원회는 △약 2,600명에 이르는 토지등소유자 △8만㎡ 이상의 방대한 구역면적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한 소유자들의 각종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신탁시행자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신탁시행자 방식은 조합이 설립되기 전 토지등소유자가 신탁사에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하는 형태다. 사업 초기부터 신탁사의 안정적인 자금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추진위나 조합설립 없이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주민갈등에 따른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둔촌주공 사태를 비롯해 최근 정비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공사비 증액 이슈도 신탁방식을 검토하게 되는 주된 이유다. 비전문가인 조합이나 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와 협상력이 높은 신탁사가 시공자와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공사비 제안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탁사들의 설명이다.

▲리스크 관리, 안전성 향상에… 건설사도 신탁현장 관심

최근에는 건설사들도 조합방식보다 신탁방식 정비현장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금리인상과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정비사업장 옥석가리기가 극심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사업 리스크가 적은 신탁정비 현장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신10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구역은 도시재생사업과의 충돌로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신탁방식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우려들이 종식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조합을 유지한 채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대행자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5일 정기총회를 열고 조합원 의결을 통해 신탁대행방식으로 사업노선을 전격 전환했다.

집행부는 최근 주택시장 및 건설경기 침체와 사업추진 전문성 강화, 그리고 하반기에 계획된 시공자 선정절차를 고려해 신탁방식으로 사업전환을 검토했다. 특히, 지난해 조합장 해임 이후 정비계획변경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탁사의 전문성과 지원까지 더해질 경우 정비사업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고 있다.

송호림 하나자산신탁 차장은 “시공자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집행부가 교체되고 준공과 사업이 지연되는 등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악재가 늘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안정성이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정비사업 단계별로 필요한 전문인력과 자금이 안정적으로 조달돼, 설계나 각종 인허가 변경에 따른 사업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어 최근 많은 조합들이 신탁방식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정비 폭발증가 기대… 신탁사도 정비현장 옥석 가리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신탁정비사업 현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해 안전진단 규제완화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 신규 현장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신탁사들도 정비현장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은 신탁사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신탁사는 대구지역 정비현장에 대한 사업 지속여부를 두고 최근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미분양 우려와 더불어 공급물량이 쌓이는 시장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할 때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현장은 매달 지원되는 사업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1년간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의 자금회수는 분양시점에 가서야 이뤄지기 때문에 정비현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탁사들도 어쩔 수 없이 건설사들처럼 옥석가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택시장 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지방 도심이나 사업규모가 작은 소규모 정비현장을 중심으로 신탁사들의 이탈 상황도 예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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