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2년 기대에 못미쳐… “정비구역지정 소걸음”
공공재개발 2년 기대에 못미쳐… “정비구역지정 소걸음”
‘공모신청 방식→수시모집 전환’ 목청 커진 까닭은
  • 최진 기자
  • 승인 2023.05.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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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재개발구역
사업지연에 주민들 황당

변수 다양한 정비사업
공모방식으론 통제불가
주택공급 선순환 막아

적정기준 맞춘 노후단지
스스로 사업 추진하는
수시 모집이 더 유리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수시모집으로 전환한다. 공공재개발사업의 속도조절을 위해 꺼내든 공모신청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수시모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온 때문이다.

사업이 확실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지를 선정해 주택공급 물량을 정량적으로 측정·조절하는 공모방식이 현실적으로는 구역의 각종 변수에 얽히면서 정확성이 한참 떨어지고 있는 것도 서울시의 방향전환에 계기가 됐다.

실제로 공모신청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공공재개발사업의 2차 대상지들은 제도시행 2년차를 맞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구역들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일괄적인 정비구역 지정과 이를 통한 공급 수위조절에 실패하면서 공모방식 정비구역 지정을 수시모집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절차법에 따른 까다로운 과정과 여러 변수들로 인해 공급물량을 일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적절한 기준에 맞춘 노후지역이 스스로 언제든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시방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사업기간 50% 단축한다던 공공재개발… 구역지정 첫 단추도 ‘쩔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모신청 방식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5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으로 공공참여형 정비사업(공공재개발·재건축) 카드를 꺼내들면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노후도·접도율·주민동의율 등을 따져 자치구별로 재개발이 필요한 대상지 1~2곳을 선정하고 정부가 이를 토대로 연 1회 후보지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공공재개발 대상지로 선정되면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신 용도지역 상향이나 용적률 규제 등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신, 인센티브로 늘어나는 신축물량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 규제완화 특혜에 따른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사업의 구동원리다.

정부는 수도권 공급기반 강화정책을 통해 2023년 이후부터 수도권에 연평균 25만호를 공급하며 이중 4만호를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10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 기간을 5년으로 줄여, 서울 도심에 신축 아파트를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이 시행된 지 2년차에 접어들면서 드러난 성적표는 처참한 상황이다. 정비계획을 수립해야할 대상지들이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구역지정 단계부터 지연되면서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사전기획·신통기획… 사업지연 발목 잡는‘늪’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 1차 공모신청을 진행해 2021년 1월 정비계획이 수립된 1차 후보지 8곳을, 같은 해 3월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했다. 당초 정부 발표대로라면 1차 후보지 8곳은 지난해까지 시공자 선정을 끝냈어야 하지만, 아직 절반에 가까운 구역들이 시공자 선정에 나서지 못한 상태다.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2차 후보지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예정대로라면 정비구역 지정절차를 지난해까지 매듭짓고 올해 상반기부터는 시공자 선정에 나섰어야 했지만, 현재까지 단 1곳밖에 정비구역 지정에 이르지 못했다. 정비구역 지정 공람을 마치고 사업의 윤곽을 드러낸 곳은 전체 대상지 16곳 중 단 3곳뿐이다.

일각에서는 공공재개발 대상지들이 일몰제에 의해 해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20조에 따르면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정비예정구역에 대해 기본계획에서 정한 정비구역 지정 예정일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구역지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정비구역 등을 해제해야 한다. 신축빌라 난립과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재개발 대상지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것이 뜻밖에 일몰제에 의한 구역해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심의 사전기획 도입 후 심의절차 장기화… 일몰적용 우려도

공공재개발 사업지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서울시가 제안한 ‘사전기획’절차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1·2차 후보지 선정 이후 공공시행자로 참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향후 사업절차인 사업시행계획을 고려한 사전기획을 제안했다. 

사전기획은 구역지정 단계부터 향후 사업시행계획 수립까지를 고려해 통합심의를 진행, 사업속도를 더욱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에 사전기획이 접목된 이후 후보지들의 구역지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성북구 성북1구역은 기존의 정비계획이 유효하다고 인정돼, 정비계획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다른 2차 후보지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구역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연내 정비구역 지정이 불투명하다. 성북1구역은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심의의견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정했지만 사업이 답보상태가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지형적 여건과 주민들의 이해관계, 자치구의 행정능력, 담당공무원의 사업추진 의지, 상가·종교시설 등 헤아리기 힘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량적 방식으로 공급을 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신통기획 재건축과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른 수시모집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비사업 정상화, 나아가 안정적인 주택공급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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