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주년 기획] 주택공급 정책기조 유지하려면…지자체 과도한 개입 막아야
[창간19주년 기획] 주택공급 정책기조 유지하려면…지자체 과도한 개입 막아야
기부채납 등 공적부담 강요… 정비사업 정상화·활성화에 ‘족쇄’
  • 최진 기자
  • 승인 2023.05.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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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신통기획안 수천억 공적부담 요구
인허가권 압박에 ‘임대주택 폭탄’ 도 우려
각종 인센티브에도 정비사업 효과 떨어져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에 공적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정부의 주택공급 시그널을 대변하고 있지만, 신통기획안 수립과정에서 과도한 공적부담이 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 부과하는 과도한 공적부담으로 인해 사업성 저하는 물론, 사업지연과 주민갈등까지 발생하면서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기조에서 공적부담의 수위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도지역·용적률 등 정책 인센티브 속 공적부담 ‘덧’

최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공적부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각종 정책과 인센티브가 공적부담으로 인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지원하겠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보려면 막대한 공적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3 특별계획구역은 지난달 25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신통기획안이 적용된 정비계획의 밑그림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이 랜드마크 규모의 공적부담을 떠안는 대신, 층수규제를 완화하고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상당했다. 서울시는 신통기획 인센티브의 대가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보행대교 건립과 올림픽대로 상부를 덮는 덮개공원을 기부채납 시설로 보고했다. 서울시가 추산한 한강보행교 설치비용은 약 2,500억원이며, 보행대교와 덮개시설 등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무려 4,000억원에 이른다. 심지어 해당 비용은 기초적인 설계안 없이 추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부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시와 관광객들을 위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4,000억원의 공적부담에 대한 인센티브는 고작 용적률 6%다.

설명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4천억원이면 한 지역 재개발사업의 총공사비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인데, 단지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과도한 공적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라며 “주거환경개선과 인근 도로정비, 그리고 서울시 한강자원 개발은 당초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할 일인데, 이를 온전히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하겠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일갈했다.

▲과도한 공적부담에 용적률·용도지역 인센티브도 거부

인근 지역에서도 신통기획에 대한 공적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압구정2구역도 지난달 말 주민설명회를 통해 신통기획안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는데, 2구역은 한강 둔치와 직접 연결되는 보행다리가 기부채납 시설로 적용됐다.

서울시는 한강 접근성을 높여 올림픽대로로 단절된 수변생활권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단지 옆 나들목 구간을 통해 손쉽게 한강에 접하는 만큼, 보행다리 건설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주민을 위한 시설로 둔갑시켰지만, 결국은 외부 관광객들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주민설명회는 고성이 오가는 주민분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한강과 시민을 연결한다는 대규모 기부채납 시설들이 포함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신통기획안에는 정부나 서울시의 지원이 없다. 서울시 수변생활권의 접근성 향상, 강남과 강북 생활권의 연결, 올림픽대로 소음과 분진문제 등을 해결하는 공익적 사업이고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주민들이 선택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인허가권 무기로 기부채납 강요… 임대주택 부담

정비업계는 통상적으로 인허가 권한을 쥔 지자체의 공적부담 요구가 사실상 사업의 명줄을 쥐고 내리는 명령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무리 과도한 기부채납시설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조합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만약 공적 시설로 기부채납을 하지 않게 되면 임대주택 폭탄이라는 차악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적부담은 온전히 주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정비사업의 특성상 연로한 소유주들이 많고 일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 원주민 이탈을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과도한 공적부담으로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효용과 이익을 주민들이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공적부담의 수위가 높을수록 원주민보다 투자자들의 유입이 많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지만, 사업을 추진하면 마치 공공자금인 것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무분별한 공적부담을 요구한다”라며 “결국 이러한 공적부담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면 주민들이 수억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보자는 주민들의 염원을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공공의 책무를 과도하게 떠넘기는 행위는 주택정책에서 반드시 손질돼야 할 횡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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