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정비사업 시스템정비 절실
신탁방식 정비사업 시스템정비 절실
정비사업 구원투수… 걸림돌은
토지 3분의1 신탁등기에 계약해지도 불가능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6.0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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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2016년 첫 도입
7년째 개선없이 시행
현장에서 문제점 노출

표준계약서 가장 시급
사업시행자 지정완화
주민대표기구 설립도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 2016년 도입된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그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토지 요건 완화, 도심복합사업 참여 허용 등이 더해지면서 정부의 공급대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자재값 및 금리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증가하고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시장도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한 신탁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다만 신탁방식 제도가 2016년 도입 이후 7년 동안 제대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정비사업의 구원투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으로 대표적인 것은 △표준계약서 마련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 △주민대표기구 설립 등이다.

▲일률적이지 않은 수수료, 해지는 사실상 불가능… 표준계약서 마련은 대체 언제

신탁방식은 지난 2016년 사업성이 떨어지고 초기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는 현장의 구원투수 역할로 도입됐다. 신속한 사업추진과 투명성,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장점으로 손꼽혔다. 또한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인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에서 정비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이 담기면서 도심복합사업 등 신탁방식의 영역이 더욱 늘어났다.

최근에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신탁사의 사업시행자 참여가 가능해졌고,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 지정을 입안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신탁방식 제도 자체는 2016년 도입 당시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미흡한 제도를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은 표준계약서 마련이다. 신탁계약서의 내용 중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신탁해지에 관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신탁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신탁계약서에는 따르면 신탁해지를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불공정 조항이라며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신탁계약 성립을 위해 75% 이상의 소유주 동의가 필요하지만, 신탁계약 해지 시 신탁계약에 동의한 소유주뿐만 아니라 동의하지 않은 소유주의 해지 동의서까지 필요해 신탁계약 성립보다 해지가 더 까다롭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전문가들 역시 규정에서 있는 전원 동의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신탁 수수료에 대한 적정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신탁방식은 분양수익의 2~4%를 신탁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요율이 결정되고 있다. 일반분양이 많고 사업성이 높은 현장일수록 입찰경쟁에 따른 낮은 수수료가, 물량이 적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일수록 높은 수수료가 제시되고 있다.

이에 현장에 따라 1~4%까지 수수료 차이가 심해 검토단계에서 사업비를 예측하기 어렵고 신탁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사업 안정성과 예측성 제고 차원에서 적정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동의 75%에 신탁등기 3분의 1요구…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해야

신탁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개선점은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의 완화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단계는 기존 조합방식의 조합설립단계에 해당한다. 현행 신탁방식에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조합설립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75% 이상과 토지면적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이상의 신탁등기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이상의 소유자’라는 요건에 국공유지 면적까지 포함돼있었지만 지난해 8·16대책에서 완화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요건이 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탁계약 해지 요건 완화가 이뤄진다면 조합설립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신탁방식만 신탁등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합설립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만 필요할 뿐 별도로 신탁동의 요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탁방식에만 사업 진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탁등기를 요구해 주민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강동구 삼익그린3차 재건축 등 신탁방식 추진해온 단지들은 동의율 확보 문제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 결국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신탁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조합방식 모두 사업시행자 지정에 주민동의만 필요하지만 유독 신탁방식에만 신탁등기 요건이 있다”며 “게다가 별도의 법정단체가 없어 토지등소유자 개인이 신탁등기를 해야 해서 주민들의 거부감이 커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충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사 초기 자금투입, 주민들 권리 보호 위해 법정단체 설립 필요

신탁사와 주민들 모두 요구하는 개선사항은 주민대표기구의 법정단체화이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정동의 요건을 채우는 기간 동안 사업 안정성 확보를 위해 주민대표회의와 같은 중심단체가 필요하다.

신탁방식이 조합방식에 비해 갖는 장점이 추진위와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아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과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신탁사의 초기 사업비 조달이다. 하지만 추진위와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다는 장점이 오히려 신탁사의 초기 사업비 조달과 진입을 막고 있는 걸림돌로 이어지고 있다.

신탁방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인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 징구를 위해 적극적 홍보 자금이 필요한데 추진위가 없는 현행 신탁방식에서는 섣불리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업추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섣불리 자금을 투입해 사업시행자 동의서 지정에 나서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신탁사들이 MOU까지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사업시행자 지정동의 요건을 채우기 전에 주민들이 동의율 단 50%만 가지고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조합방식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발행하고 있다.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중 가장 까다로운 신탁등기와 신탁계약 모두 법정단체가 아닌 토지등소유자 개인과 이뤄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과 협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추진위원회와 같은 주민 과반수 동의를 기반으로 설립되는 법정 주민대표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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