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빠진 신통기획… 재건축 곳곳 잡음에 주민들 ‘희망고문’
‘신속’ 빠진 신통기획… 재건축 곳곳 잡음에 주민들 ‘희망고문’
서울시 실적쌓기에 겉도는 ‘패스트트랙’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2.0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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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변경 확정 안돼
시공자 선정절차 중단

도입 2년간 89곳 선정
정비구역지정 1곳도 없어

사업장 곳곳 잡음 발생에
서울시 “가이드라인일뿐”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신속’이라는 이름으로 정비사업 추진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 적용 현장에서 오히려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당 현장에서 논란이 발생하자 서울시가 나서 ‘시정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고 있다.

신통기획이 이름과 달리 사업 진행이 늦어 주민들에게 희망고문만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실적을 쌓기 위해 단순 ‘가이드라인일 뿐’인 신속통합기획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자 선정 절차 중단… 서울시 신통기획에 ‘신통’만 빠졌다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자 선정 절차가 중단되면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빠르게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신속통합기획이 오히려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같은 달 29일 예정된 시공자 선정 전체회의를 취소했다. 이는 시의 시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KB부동산신탁이 신속통합기획안을 기준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선 것이 문제가 됐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올 초 확정된 신통기획안에 따라 △용적률 330 →600% △3종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 △최고 54층 높이 200m이하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올해 2월부터 이같은 내용의 정비계획변경안 공람을 진행 중이다.

이에 KB부동산신탁은 신속통합기획안을 기반으로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지만, 시는 신통기획안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하려면 주민 동의를 거쳐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한 뒤 정비계획 변경이 확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신탁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지만, 서울시 및 관할청인 영등포구청의 권고를 배척할 경우 향후 사업 추진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시의 지시사항을 따라 시공자 선정 절차를 중단한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서울시 판단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했으나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인허가 관청과의 대립 시 사업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인허가 절차에 영향을 미쳐 사업지연으로 인한 토지등소유자의 피해가 우려돼 서울시의 권고를 수용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강점인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을 시가 오히려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여의도 한양과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경우 지난 7월 설계공모 당시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 위반 논란이 일며 서울시가 수사의뢰 및 실태점검을 실시, 결국 설계자 선정을 취소하고 재공모를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섰음에도 이번에는 기존 정비계획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가 시공자 선정 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압구정3구역에서는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계자 선정을 취소시켰는데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는 기존 정비계획이 아닌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대로 시공자를 선정했다고 시공자 선정을 중단시키는 이중적인 행정을 보이고 있다”며 “신통기획의 강점인 사업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인데 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신통’만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89곳 중 정비구역 지정 단 한 곳도 없어

신속통합기획은 지난 2021년 도입됐다. 도입 2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정비구역 지정까지 이뤄진 곳이 없어‘신속’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제출한 신통기획 상세 추진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23년 9월 기준,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는 89개 구역(재개발 65구역, 재건축 24구역)이다. 이 중 58%에 해당하는 52개 구역(재개발 35구역, 재건축 17구역)에서 신통기획을 완료했다. 

하지만 정비구역 지정까지 이뤄진 곳은 없다. 하지만 서울시는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을 완료한 현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 중이다. 그러면서 해당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통기획은‘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재란 서울시의원은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통기획 완료로 홍보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신속통합기획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신통기획이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니 신통기획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수 의원 역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신속통합기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89개소 중 현재까지 구역 지정이 된 곳이 하나도 없다”며 “신속통합기획이 이름과 달리 진행이 너무 늦어 지역 주민들한테는 희망고문만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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