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백척간두에 선 도시정비사업
공사비 급등으로 백척간두에 선 도시정비사업
한시적으로 기부채납 부담 축소와 임대주택 및 주택 규모별 건설비율 탄력 조정 등 과감한 접근 필요
  •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5.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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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인간의 수명만큼은 아니지만,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참 오랜 시간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 기나긴 과정도 부동산경기 변동을 비롯한 갖가지 변수 속에서 대부분 순탄한 경우가 드물다.

조합 내부사정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정비사업 외부의 환경 변화로 인한 여파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은 장기간 멈춰서기도 하고, 심지어 좌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원자재가격 인상과 건설 인건비 상승, 사업비용 증가 등에 따른 공사비 급등이 정비사업 현장의 핫이슈로 떠올라 시공을 맡은 건설사와 조합 사이에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 정비사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공사비 급등은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갈등과 충돌에 그치지 않고 분양 현장으로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 그 여파로 머잖아 서울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4,000만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최근 2~3년 사이에 급등해버린 공사비에 따른 추가 부담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합과 시공사 어느 쪽도 공사비 급등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과제를 외면만 한다면 갈등과 분쟁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비용의 지불은 물론이고 공급부족과 정비사업 자체의 존폐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중 어느 쪽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사업 주체인 조합은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에 주력하고 있기는 하다. 여유자금을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 조합원들은 과도한 추가 부담을 할 바엔 차라리 정비사업 자체를 접자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매몰 비용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에 가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들은 지방의 미분양 물량증가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의 태풍, 그리고 수시로 등장하는 위기설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협상장에 모든 힘을 쏟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마치 치킨 게임의 틀 속에 함께 갇혀 있는 모양새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분담금 폭탄은 정비사업의 포기뿐만 아니라 부실시공이나 수급불균형, 전셋값 급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그렇지만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급등의 원인 제공자도 아니기에 상호간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맡겨놓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지금이 현 정부가 영화 속의 어벤져스처럼 멋지게 위험 및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적절한 타이밍일 수도 있다.

물론 구체적 해법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조합과 시공사 중 어느 쪽에게 일방적으로 추가 부담을 떠안겨버리는 식은 너무나도 구태의연한 해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단순히 용적률 증가나 층수 제한 완화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지금은 시술이 아닌 응급수술이 필요한 단계다. 따라서 공사비 인상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시적으로나마 기부채납 부담의 획기적 감소와 함께 임대주택 및 주택 규모별 건설 비율 등의 탄력적 조정 등 과감하고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어떤 선택도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물쭈물하다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Golden Time)이 저만큼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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