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창간20년 기획-민간정비사업 재개발·재건축의 진화
하우징헤럴드 창간20년 기획-민간정비사업 재개발·재건축의 진화
2002년 제정ㆍ2003년 시행된 ‘도시정비법’
주촉법·재개발법 양분됐던 법안 통합 관리
공공의 관리감독 강화·‘先계획-後개발’ 정착
100회 넘는 개정으로 완성도 높여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4.05.2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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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절차 세세하게 규정
정비사업의 네비게이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진행과정 상세히 공개
이권개입 여지 크게 줄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현행 정비사업을 대표하는 사업방식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1990년대 전후, 민간 위주로 진행되던 사업에서 부조리·비리·분쟁 등이 발생하자, 정부는 2002년, 공공의 개입 수위를 대폭 높이는 도정법을 제정해 본격 관리에 돌입했다. 문제해법 아이디어는 모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공공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 합법성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계획-후개발’ 방식을 뿌리내려 용적률 분쟁을 감소시켰으며, 비법정 단체였던 추진위원회를 법정단체로 소속시켜 사업주체 간 분쟁도 감소시켰다. 특히, 말 많고 탈 많던 시공자 선정 및 관리처분계획을 공공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시켜 부조리·비리 감소에도 일익을 담당케 했다. 

▲주촉법·재개발법으로 양분됐던 사업, 도정법으로 통합 관리

2000년 초부터 추진된 도정법 제정 과정은 그동안 누적된 재건축·재개발 문제의 해결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전에 간간이 진행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부조리·비리·분쟁 소식이 뒤따르며 소송전이 난무하는 무법지대로 평가받는다. 주요 절차 규정이 빈약하고 공공 개입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사업 단계마다 양 쪽으로 의견이 갈려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업은 지연되고, 갈등은 한층 격화됐다. 특히, ‘100% 민간사업’이라고 다뤄지던 재건축사업의 경우 그 수위가 더 높았다. 당시 재건축사업은 ‘주택건설촉진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개에 나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했는데, 해당 법률에서는 ‘조합설립’ 및 ‘매도청구’ 등 간략한 규정만 있을 뿐, 이 단계를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절차의 합법성 여부를 놓고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재건축 시공자 선정과 관리처분 과정에서는 분쟁이 극에 달했다. 시공사에서 조합원에게 뿌리는 각종 금품·향응 제공 행위가 비일비재했으며, 홍보전 진행 중에는 경쟁이 격화돼 각종 폭력행위도 발생했다. 관리처분 과정에서도 사업에 무지한 조합원들을 기망하는 각종 이권개입 문제가 터져나왔다. 협력업체가 조합 집행부에게 제공하는 금품·향응 수수 문제도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용적률 문제도 시끄러운 주제였다. 선계획-후개발 시스템 도입 초기 시절이라 재건축사업에서는 용적률 수위를 놓고 조합·조합원과 지자체 간에 갈등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300% 용적률 사수’라는 머리띠를 동여맨 조합원들이 서울시청 및 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도시계획법 상 일반주거지역에서는 용적률 300%까지 가능했지만,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및 정비계획 등 신규 도입한 생소한 제도를 통해 270% 안팎으로 축소시키려 맞대응했다. 2000년 전후 서울 및 수도권 전역의 5층 주공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이런 갈등 상황이 반복됐다. 

▲도정법 시행 후 공공 개입 강화, 선계획-후개발 시스템 안착

도정법 도입의 의미는 공공 개입과 그로 인한 사업과정의 대폭적인 외부 공개로 요약된다. 도정법이 시행돼 각종 절차가 공개되고, 공공의 관리감독 기능이 강화되자, 기존의 각종 문제들은 눈에 띌 정도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법령에서 정한 법정 절차를 진행하고, 공람·공고를 통해 각종 이해관계자들에게 사업진행 과정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자, 이권 개입 틈이 종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도정법 시행 이전에는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내부 자료들의 외부 공개를 극히 꺼렸고, 그러다보니 부조리·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선계획-후개발 방식의 재건축·재개발 시스템을 법정화 함으로써 용적률 갈등 문제도 대폭 줄었다. 도시정비기본계획 및 정비계획을 수립해 단계별 사업지를 정하고, 해당 지역의 적용 용적률 범위도 사전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토지등소유자들의 반발을 줄였다.

정비사업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제도도 이때 도입됐다. 이전에 ‘컨설팅업체’로 불렸지만 법적 기준이 없었던 업체들의 자격요건을 높이고 지자체에 등록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의 관리 영역에 포함시켰다.  

시공자 선정 및 관리처분 절차도 진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해당 절차 이행을 의무화했으며,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하더라도 조합설립무효소송·관리처분계획무효소송 등을 통해 이후 절차가 무효로 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도정법 도입 당시, 시공자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후에 하도록 해 일선 조합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간 재건축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은 가칭 추진위원회 설립 후 시공자를 선정하는 게 일반화 됐고, 이후 사업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시공자를 조기에 선정 시, 향후 조합이 시공자에 끌려다니며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상승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루되, 그 전문성 보완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담당하도록 하겠다”며 제도 틀을 짰다. 

추진위원회도 법정단체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업초기에 추진주체를 놓고 발생하는 구역 내 갈등 상황을 예방하도록 했다.

도정법 이전에는 추진위원회가 법정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업 초기 소위 ‘가칭 추진위원회’ 여러 곳이 난립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므로써 구역 내 분쟁을 유발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그러다보니 “모 추진위원회 뒤 모 시공사가 자금지원을 한다”는 결탁 의혹도 적지 않게 제기되곤 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도정법 제정 논의 당시, 헬리오시티로 입주한 가락시영을 지칭, “가칭 추진위원회 6곳이 난립해 주민 갈등 및 사업지연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 개입은 조합 운영에 불리한 점도 있었다. 체계적 도시관리와 무분별한 재건축을 규제하겠다는 명분으로 본격적인 용적률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들은 기존에 없던 도시계획조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용적률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법제화에 뛰어들었다.

예컨대 당시 도시계획법에 규정된 기준이 용적률 300%라 해도, 도시계획조례로 250%로 축소하고, 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도시계획 제도로 추가로 하향시키는 방법이다. ‘기준용적률·허용용적률·상한용적률’이란 개념도 이때 등장했다. 지구단위계획 등 특정 구역으로 묶어 200%를 기준용적률로 지정하면, 조합은 그에 따라야 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도정법은 제정 이후에도 수많은 개정을 진행해야 했다. 실무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것들을 그때그때 고치다보니 ‘누더기법’이란 오명도 얻었다.

그러다 2003년 첫 시행 이후, 2018년에는 법령 전체를 다 뜯어 고치는 전부 개정법도 시행했다. 누더기법으로 인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교통정리하고, 좀 더 쉽게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또한 하위규정인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제정해 시공자를 포함, 조합이 발주하는 일정 규모이상 모든 협력업체 선정 시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 제도가 의무적용하는 등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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