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돈줄 막힌 현장까지 파고들어
추진위·조합설립 없이 추진… 리스크 적어
분양 불안감 줄고 협력업체 부담도 감소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 2016년 신탁방식 도입된 후 약 8년이 지나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의 구원투수로 자리잡고 있다.
신탁사의 풍부한 자금력과 전문성으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장에 활로를 열어주고 각종 지원책에 힘을 입은데다가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 관련 제도까지 재정비되면서 정비사업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부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핵심 현장까지 신탁방식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그 영역이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정비사업 구원투수로 자리매김…지지부진한 현장 사업 활로
신탁방식은 정비사업의 투명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2010년 국내 주택경기 침체 과정을 거치며 뉴타운재개발 구역해제 열풍이 불어닥친 2016년 도입된 제도다. 이 때문에 신탁방식은 조합방식과 공공방식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탁방식이 도입된 계기는 분쟁이나 사업성, 자금문제 등으로 정비사업이 정체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문제 사업장의 정상화와 사업비 선투입 부담 등으로 정비사업 참여가 어려웠던 중·소 시공자의 사업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자본력과 관리능력을 갖춘 신탁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탁방식의 장점은 신탁사는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조합과 신탁사 모두의 수익 증대라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 활동한다는 것이다. 시공자 입장에서도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조합 대신 자금이 탄탄한 신탁사로부터 도급공사비를 받고, 별도의 사업비 조달 부담 없이 안정적인 공사 진행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공자가 사업비 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비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사업기간은 곧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탁사가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시킨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업시행자 신탁방식이라면 사업초기 자금도 조달 받을 수 있다.
또다른 장점은 빠른 사업추진 속도다. 신탁사 단독시행방식은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초기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신탁사의 전문성으로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이에 도입초기 당시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눈앞에 두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회피 수단으로 홍보되는 변질된 양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이 지나고 해당 목적이 사라지면서 신탁사들은 본래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이고 빠른 사업추진 속도와 자금 조달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정비사업 구원투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사업시행 방식에 따라 신탁 단독시행, 대행방식으로 구분
신탁방식은 신탁사 단독시행 방식과 신탁 사업대행방식 등으로 추진 가능하다. 신탁 단독시행자 방식은 조합이 설립되기 전 토지등소유자가 신탁사에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하는 형태다. 사업 초기부터 신탁사의 안정적인 자금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추진위나 조합설립 없이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주민갈등에 따른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탁 단독시행방식의 경우 주민대표기구없이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업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75%이상 동의와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 신탁이 필요하다.
문제는 도입 초기에만 하더라도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 이상의 소유자’라는 요건에 국공유지 면적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에 국공유지 면적이 넓은 재개발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자로 지정받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22년 8·16 대책을 통해 국공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의 1/3 이상을 신탁하면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탁대행 방식은 기 설립된 조합이 사업대행자로 신탁사를 선정해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위탁하는 형태다. 기존 조합들이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 신탁대행 방식을 통해 새롭게 활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조합입장에서는 신탁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건설사에 휘둘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고, 공사비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건설사는 분양에 대한 리스크 없이 단순 도급 형태로 시공해 부담이 적다. 협력업체들도 용역비 체불의 불안을 떨치고 마음 편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