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선도지구…엇박자 정책 논란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선도지구…엇박자 정책 논란
슈퍼블럭 개발 ‘밑그림’ 짜놓고 통합 발목
선도지구 평가기준 적절성 시비 불거져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4.06.18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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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건축을 유도하는
노후특별법 제정 취지와
국토부 아이디어가 충돌

선도지구로 지정되려면
통합재건축 최소화해야
벌써부터 대단지들 불만

11월에 최종 결정되면
일부단지 반발 후폭풍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표준 평가기준’이 적절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선도지구 평가기준이 당초 통합재건축을 유도하겠다던 특별법 제정 취지와 충돌, 오히려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통합을 유도하려면 평가기준에서 통합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와 반대로 통합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이 만들어졌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주민동의율 배점 비중을 100점 중 60점으로 대폭 높인 것인 것이 발단이다. 

▲국토부 “선도지구, 2027년 착공하려면 주민동의율 높아야”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국토부의 선도지구 평가기준 배점 아이디어가 통합재건축을 유도하는 특별법의 당초 제정취지와 충돌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에 대해 ‘2027년 착공·2030년 입주’ 목표를 설정해 통합심의로 빠른 인허가를 약속하며 일선 현장에 사업추진을 독려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비중을 높인 선도지구 평가항목은 ‘주민동의율’이다.

재건축사업의 주요 지연요인이 주민갈등이라는 점에서 주민동의율 높은 곳이 사업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 판단, 주민동의율 배점을 대폭 높인 것이다. 그러면 2027년 착공·2030년 선도지구 첫 입주가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부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재건축을 위해 주민 3/4 동의를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으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동의율이 높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선도지구 평가기준이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통합재건축 취지와 부딪친다는 점이다. 

특별법 제1조 목적에는 “노후계획도시를 광역적·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함으로써 도시기능을 향상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며, 미래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해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국회에서 진행된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도 미래도시 재창조를 위해서는 광역적·체계적 정비가 필요하고 그 실현방안이 ‘통합재건축’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안전진단 기준을 면제 및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한 이유도 통합재건축의 원활한 추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통합추진 4개 단지 중 1개 단지가 의도치 않은 안전진단 미통과 알박기로 사업 전체가 막히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주민동의율이 사실상 당락 결정…그러니 동의서 징구 어려워 통합 피한다

국토부의 선도지구 평가기준 발표 후, 일선 현장에서는 선도지구로 지정되려면 오히려 통합재건축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동의율이 사실상 선도지구 당락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주민동의율을 높이려면 가급적 통합재건축을 포기하고 단독 또는 2개 단지로 최소한의 통합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개별단지별 제반 여건이 다르고 요구사항도 제각각이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주민동의서 징구 역시 하세월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유주에 대한 정보 접근이 차단돼 있다는 점도 대단지로의 통합재건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의서 징구를 위해서는 1차적으로 소유주 주소 및 연락처 확보가 필수적인데, 통합을 전제로 한 대단지일수록 연락처 확보 등이 어렵다는 점이다.

500~1,000가구 정도는 주민설명회 참석자 상담 및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협조로 일정부분 소유주 정보 확인이 가능하지만,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소유주 정보 취합 및 동의서 징구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돼 선도지구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가급적 통합재건축을 꺼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대단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다 분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분당 시범단지의 경우 당초 삼성한신, 한양, 현대, 우성 4개 단지로 통합재건축이 추진됐으나, 최근 수인분당선 서현역 역세권에 속한 삼성한신과 한양 2개 단지 4,200가구만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4곳에서 2곳으로 쪼개진 것이다. 

국토부의 이번 평가기준은 표준안으로 실제 적용될 세부 평가기준은 성남시·고양시·안양시·군포시·부천시에서 내놓을 예정이어서 배점 가중치 변경의 여지도 남겨져 있는 상태다. 각 지자체들은 세부 평가기준 확정 후 오는 25일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지자체 세부기준도 국토부 표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워낙 민감한 이슈다 보니 지자체가 온갖 비판 가능성을 부담하면서 평가기준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국토부 표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발표해 논란에 대한 해결과 후속 해법 제안의 주체도 국토부가 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평가기준 논란, 선도지구 선정 시 후폭풍 이어질 수도

일각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각 지역별 선도지구 발표 시 이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하고 있다. 적절성 시비가 제기되는 현 평가기준대로 선도지구가 선정됐을 때 해당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평가 과정에 대한 세부 절차 및 내역 공개, 결정 근거 등을 제시하라며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의 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단지별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정량평가 기준에 매몰된 나머지 너무 일괄적인 기준을 내놔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이번 평가기준은 1기 신도시 재건축 표준모델뿐만 아니라 향후 계속 진행될 노후계획도시 전체의 선도지구 제도의 큰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하려했던 선도지구 제도의 당초 취지에 맞게 평가기준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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