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절차 앞뒤 바뀌고 정책방향도 혼선…고개드는 졸속론
1기 신도시 재건축, 절차 앞뒤 바뀌고 정책방향도 혼선…고개드는 졸속론
1기 신도시 재정비 허점 속출… 이대로 괜찮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4.06.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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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분담금 내역도 모른채
선도지구 추진해야할 판

기본방침·계획 하반기 완성
시간에 쫓겨 동시에 추진 

330% 안팎 용적률 거론
분담금 높아지면 사업지연
최고 70% 공공기여도 부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이달 25일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가 일제히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절차를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1기 신도시 재건축 제도가 결함 있는 졸속제도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절차의 앞뒤가 뒤바뀌어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일선 지자체 입장에서도 정책방향 잡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시행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세부 하위규정들이 나올수록 정책 실망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표준 평가기준도 공개되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커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쟁점①-분담금 내역도 모르는데 선도지구 지정 동의해 달라?

앞뒤가 뒤바뀐 동의서 징구 절차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참여 결정을 해야 할 소유주들이 자신의 추정분담금 내역도 모른 채 선도지구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별 개략적인 분담금 내역을 통지한 후 선도지구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동의 절차를 묻는 게 순리인데, 이번 선도지구 선정 과정은 절차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내 분담금이 얼마인지도 모른채 선도지구 사업에 동의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국토부 내부방침 간 모순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표준 평가기준’에서는 주민동의율 항목에서 100점 만점 중 6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부여했다. 주민동의율은 주민들의 사업참여 의지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고, 동시에 사업참여 의지가 높으니 향후 안정적인 사업추진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담금을 모른 채 동의했다는 사실이 향후 판세를 뒤엎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의 사업추진 의지를 증명한다’고 생각해 주민동의율 높은 곳을 선도지구로 선정했지만, 정작 분담금이 빠져 변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향후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분담금이 통지될 경우, 사업지연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법과 달리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과도할 정도로 수 차례의 추정 분담금 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업초기에 자신의 개략적 분담금 여부를 확인시킨 후 동의 여부를 결정짓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도지구 안착의 최대 고비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말 기본계획 수립과 노후계획도시정비 조례 제정을 통해 기준용적률과 공공기여율이 확정된 후 내년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시 통지하는 개인별 추정분담금 통지 과정에서 향후 안정적 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추정분담금이 주민들의 예상 범위 이내라면 안정적 사업추진이 가능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분담금이 고지될 경우 내부 혼란이 벌어지면 사업지연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쟁점②-기본방침이 없는데 기본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나?

계획부문에서도 시간에 쫓겨 앞뒤 절차가 뒤섞이는 혼선 문제가 발생 중이다. 상위 기본개념을 잡아야 할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과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이 현재 동시 수립 중이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보자면 중앙부처인 국토부가 수립하는 기본방침이 우선 수립돼 기준점 역할을 하고, 이를 참고해 지자체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현재는 두 계획 모두 올해 11월 완성을 목표로, 동시 수립이 진행 중이다. 

그러다보니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지자체는 난처한 입장이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내내 기본방침을 수립하는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방침과 기본계획이 동시에 수립 진행해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반대로 양 계획 간 조율업무까지 해야 하니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기본계획 수립 실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다 “일례로 특별정비 기본계획에는 약 17개 항목에 달하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들 항목들의 상위 개념을 기본방침에서 방향 설정해 줘야 한다. 그런데, 기본방침도 현재 수립 중이니 사실상 주기적으로 국토부 기본방침과 조율해 가며 기본계획을 준비해 가야 하니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쟁점③-사업성 낮은데 선도지구가 어떻게 빨리 추진될 수 있나?

낮은 사업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도지구를 빨리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일부 1기 신도시 지역 내에서는 벌써부터 추정분담금 비례율이 100% 미만이 나오는 단지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사비가 수직상승한 상황에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거론하는 기준용적률과 공공기여율 완화수준이 기대 이하여서 사업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서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자체에서도 통합심의 등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해주는 것 말고 실질적인 사업성 지원책 도입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주거단지 정비형 재건축에 330% 안팎의 기준용적률 제공이 거론되면서 사업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상 일반분양가가 낮고, 소형주택이 많아 종전자산평가액이 적은 곳에서는 예상 밖으로 분담금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공공기여율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1구간과 2구간으로 나눠 기준용적률 이외의 추가 인센티브 용적률 적용 시 40~70% 수준의 공공기여율도 너무 높아 주민 분담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높은 공공기여율로 다 빼앗길 바에는 2구간에 해당하는 인센티브 용적률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 1기 신도시 지역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낮고, 영세한 조합원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현재 국토부가 내놓은 용적률과 공공기여율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확률이 높다며 “기준용적률 수준을 더 높이고, 40~70%로 명시된 2구간의 공공기여율을 대폭 낮춰야 겨우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특별법 제정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세부규정 도입 과정을 지켜보니 뭔가 짜임새가 없고 엉성하게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많은 주민들이 정부와 지자체를 믿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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