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신통기획 권리산정기준일…재산권침해·주민갈등 점화
공공재개발·신통기획 권리산정기준일…재산권침해·주민갈등 점화
과도한 조기화에 부작용 속출… 대안은 없나
  • 최진 기자
  • 승인 2024.07.0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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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 유입 차단위해
사업윤곽 나오기도 전인
‘후보지 공모 시점’ 으로 

주민들 개발 공감대없이
현금청산 날벼락 맞아

대상자들 반발 불가피
재개발 반대세력 양산
기형적 투기억제 개선을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사업성 기준시점을 정하는 권리산정기준일이 과도한 조기화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정비사업 윤곽이 그려지기도 전으로 권리산정기준일을 과도하게 앞당기다보니,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적극적으로 재개발 반대행동에 나서면서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정비업계는 주민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부터 과도하게 앞당겨지는 권리산정기준일 조기화 대신 투기억제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상의 투기세력과 전투… 산물은 권리산정기준일 조기화

권리산정기준일은 ‘도시정비법 제77조 등에 따라 정비계획을 포함한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새 주택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시점이다.

권리산정기준일 다음날 이후부터는 정비구역에서 건축물이나 그 부속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된다.

더불어 시·도지사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있기 전에도 따로 정하는 날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권리산정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

지난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공정비사업의 권리산정기준일을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아닌, 후보지 공모시점으로 앞당기면서 권리산정기준일 조기화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월과 3월에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1·2차 후보지의 권리산정기준일은 후보지 공모일인 2020년 9월 21일로 앞당겨졌다. 2022년 하순에 발표된 3차 후보지 역시 공모가 시작된 2021년 12월 31일이 권리산정기준일로 발표됐다. 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되기 약 6개월 전부터 권리산정기준일이 확정돼 분양권이 제한된 것이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기조로 제시한 서울시도 신속통합기획에서 투기세력을 억제하겠다며 권리산정기준일을 공모시점으로 앞당겼다.

서울시는 나아가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은 미선정구역까지도 향후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를 대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겼다. 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정책인 모아타운 역시 투기세력 차단을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조기화 하는 등 해당 규제책은 정권을 초월해 지속·확장되는 모양새다.

▲억제효과 불확실한데… 주민갈등 부작용만 두각

투기세력 역제정책으로 각광받는 권리산정기준일 조기화는 최근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현금청산 이슈를 발생키시고 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던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현금청산자로 분류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 등에 선정되기만 하면 곧장 권리산정기준일과 관련한 현금청산 이슈가 터져나오고 있어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은 당초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성격으로 투기세력 유입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활성화됐다. △하나의 필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하거나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로 전환하거나 △하나의 대지에 속한 토지와 주택을 분리하거나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 건축하는 등으로 분양대상자가 증가하면 사업성 하락은 물론, 사업예측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비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확대된 것이다.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길수록 분양대상자가 줄어들어 사업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앞서 공공재개발이나 신통기획 1·2차 후보지에서는 주민갈등이 폭발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토지 및 단독주택을 매입해 구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중에 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졸지에 재개발사업의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다보니, 주민 간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한 것이다.

성북구의 한 재개발 예정지에서는 건축행위를 위해 구역에 진입하려는 화물트럭과 이를 막아서는 주민이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어차피 수년 후에 전면 철거될 땅에 신축빌라를 짓는 것은 비경제적인 건축행위이며 향후 지분 쪼개기를 고려한 투기행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빌라를 신축하려는 토지등소유자는 정당한 법 절차를 거처 자신의 땅에 건축행위를 하는 것이고 이 과정을 구청에 신고해 허가까지 받았는데, 돌연 재개발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고 맞섰다.

▲힘들게 준공해도 미분양 위기… 기형적 투기억제책 개선돼야

빌라가 준공된다 하더라도 미분양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철거시점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빌라를 매입할 구매자가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물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재개발사업 자체를 무효화하는 수밖에 출구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종로구의 한 건축주는 “부족한 토지를 추가매수하고 큰 공사비까지 대출받아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공사를 마치고 준공했지만, 결국은 재개발사업이 망하지 않는 한 수억원의 손해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현재 우리 구역에서는 신축빌라 업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새 추진단체를 꾸린다던지, 새 사업방식을 추진하는 유형으로 재개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며 “이들과 소통해보고자 여러 차례 대화에 나섰지만, 이미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권리산정일이 확정됐기 때문에 결국 대치상황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권리산정기준일은 정비계획 윤곽이 나오고 주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구역지정 고시 과정에서 발표돼 왔는데, 지난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 억제를 이유로 규제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주민과 건설업계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서울시는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최소한 1회 정도 매매거래를 허용하는 등  투기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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