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주체 명확치 않아 적용 어렵다며 외면
주민의사 폭넓게 반영…정책 운영방식 제고를
재건축에선 성과 인정…27개 현장서 실효성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이 재개발 추진현장에서는 헛돌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신통기획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며 재개발 2차 후보지부터 자문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재개발사업은 추진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자문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적용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정비업계는 자문방식의 실효성과 성과가 재건축 현장들에서 확인된 만큼, 정비계획 입안절차 자체를 개선해 전반적인 정비사업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시 신통기획 자문방식 재개발사업 '삐걱'
현재 서울시 신통기획은 공공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주민에게 제시하는 ‘기획방식’과 주민들이 마련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가 자문으로 보완하는 ‘자문방식’으로 나뉜다. 공공이 예산과 시간을 들여 주민들에게 제시한 정비계획이 주민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자문방식이다.
자문방식은 용역발주 기간(2개월)과 기획설계 기간(6~10개월)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기획방식보다 1년가량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자문방식은 대부분 1~2회 자문회의를 끝으로 곧장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기 때문에 도계위 심의만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이론적으로는 1년 안에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도계위(수권분과)를 통해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을 결정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해 9월 자문방식을 신청하고 반년 만에 정비계획 및 경관심의 등이 마무리하게 됐다. 한강변 6,500가구 규모의 초대형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기간에 정비계획이 확정되면서 자문방식의 효과가 드러났다.
올해 하반기에는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사업에서도 신통기획 자문방식의 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는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자문방식 신청이 쇄도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 1차 자문회의 대기기간만 2개월이 소요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하지만 자문방식이 본격화되면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재건축 27곳…재개발은 ‘0’곳
목동은 현재 지난 5월부터 3개 현장이 지속적으로 자문회의를 거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목동 12·13·14단지가 2차 자문회의를 진행했으며, 7월에도 이미 2곳이 진행, 나머지 1곳이 자문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서울시는 자문회의에서 요청된 보완사안이 반영되는 즉시 해당 정비계획안을 도계위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하반기부터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신통기획 자문방식이 시행되는 현장은 총 27곳이다. 모두 재건축단지들이며 재개발사업에서 자문방식이 적용되는 곳은 없다.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2차 공모신청과 연계해 자문방식 도입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재개발 적용사례가 단 1건도 없다. 재개발은 여전 2년 전 기획방식으로만 신통기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의 도입취지나 원칙에서는 재개발도 자문방식을 추진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정비계획 수립당시 사업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자문방식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건축의 경우 전용면적의 차이만 보일 뿐 대다수가 주택소유자이지만, 재개발의 경우 주택을 비롯해 상가·토지·종교시설·건물 등 소유형태가 다양해 이권갈등이 첨예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건축 현장에서도 주민갈등에 의한 자문방식의 사업지연이 보고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12월 1차 자문회의가 진행돼 서울시가 보완사항을 요청했지만, 이후 소유자 간 주민갈등으로 추가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해당 단지가 자문신청 이후 사업진행 과정에서 업체선정과 관련한 절차상 논란이 불거지자, 집행부 책임론 등이 거세지면서 내홍이 발생, 현재는 자문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재개발 주민들 “주민의견 반영된 자문방식 적용해 달라”
서울시 관계자는 “자문방식의 경우 자문을 협의·보완할 사업추진 주체가 명확해야 하는데, 재개발사업의 경우 소유자 보유자산의 다양성으로 인해 적용사례를 발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구역 내에서도 사업방식에 대한 논란, 추진단체의 난립, 반대동의율에 따른 사업안정성 등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재개발 신통기획의 경우 기획방식으로 공공이 밑그림을 제시하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 조합과 추진위들은 서울시가 재개발 현장에도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접목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재개발 현장에서 신통기획 기획방식이 지속적으로 주민갈등의 걸림돌로 부각되는 만큼, 신속하게 주민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자문방식으로 정책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한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신통기획을 접수하기 위해 동의서를 징구한 위원회가 명확하게 운영되고 있고 관계기관들과 소통·협의까지 하고 있는데, 추진주체나 구심점을 찾기 힘들어서 자문방식을 못 적용한다는 것은 엉터리 변명”이라며 “재개발의 경우 서울시가 공공보행통로나 기피시설을 적용할 수 있어, 주민제안 방식인 패스트트랙을 내부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것이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