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완화 정책을 내놨다. 도심 내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번 정책 상당수가 법 개정이나 국토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내용이어서, 여야의 협력에 따라 실행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른바 8‧8대책으로 불리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최근 집값 상승 조짐이 커지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가격안정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표다.
▲3년 한시 용적률 대폭 완화
용적률은 3년 한시로 법적상한보다 더 많이 올려준다. 일반 정비사업은 법정상한의 1.1배를 받게 된다. 역세권의 경우 현행 법정상한의 1.2배에서 1.3배로 허용치가 늘어난다. 이를 3종일반주거지역에 적용하면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300%에서 330%로, 역세권은 360%에서 390%로 완화된다.
다만 용적률 추가 혜택은 아직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은 곳 중 비 강남지역에만 주어질 예정이다. 강남 등 규제지역과 대책발표 전 사업시행인가 단지는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비율완화 및 인수가격 올려
임대주택은 지역별로 비율을 차등적으로 완화한다. 임대주택 비율은 서울시가 9월에 도입하기로 한 보정계수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와 해당 구역(단지) 평균공시지가를 비교해 1~2의 보정계수를 메기고 계수가 높을수록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용적률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끌어올린다. 공공기관에서 조합으로부터 임대주택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인수가격 기준을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로 바꿔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인수가격이 현행 대비 1.4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건축 높이제한과 녹지 확보기준 완화
건축물 높이는 법적 최소기준까지 완화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1가구 당 3㎡씩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원녹지도 부지면적 최소 기준을 5만㎡에서 10만㎡로 상향해 그보다 작은 단지들의 부담을 줄여줄 예정이다.
업계에선 공원녹지 의무완화가 사업성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원녹지를 기부채납하면 그 땅을 제외한 나머지 땅을 기준으로 용적률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원녹지 의무가 없어지면, 3종일반주거지역 내 1,000가구 규모의 단지를 기준으로 9,000㎡의 연면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지원 확대
정부는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정책도 계속 이어간다. 올해 2만6,000호~3만9,000호 가량의 선도지구 지정 이후 매년 일정 물량을 지정해 순차적으로 주택공급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부산‧인천‧대전‧수원‧용인‧안산 등 1기 신도시 외에 다른 도시에서도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할 예정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뒷받침할 자금도 마련한다. 올해 중 구조설계를 마치고 2027년 1조6,000억원을 시작으로 총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른바 '미래도시펀드'다.
▲갈등 최소화로 사업지연 방지···공공관리 강화
금융비용 증가, 거주불안 장기화 등 각종 문제를 낳았던 사업지연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공공에서 전문가들을 파견해 갈등을 중재하고, 정상화를 돕는 방식을 도입한다.
조합업무를 공공에서 대행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조합임원을 해임하면 지자체에선 전문조합관리인을 파견해 공백을 최소화한다. 조합이 요청하면 공공기관에서 공공관리인을 선임해 시공자 선정이나 사업시행계획 수립 등 조합 업무를 대행할 수 있게 한다.
공사비 갈등이 생겼을 때도 내역과 사유를 지자체에서 제출받아 검토하도록 했다. 현재는 요청 시 파견했던 갈등중재 전문가집단도 일정규모 이상으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파견하는 것으로 바뀔 예정이다.
사업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시공사 선정 전 집행할 수 있는 자금이 없는 조합을 위해 최대 50억원까지 사업비를 빌려줄 예정이다. 융자금은 사업계획 수립 용역비, 총회 개최비, 정비관리업체 용역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비사업 대출보증 규모도 늘려서 사업비 조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한다.
개별 조합원들의 금전적 부담도 줄일 수 있게 했다. 규제지역 외 지역에서 분양가가 12억원 이하인 1주택자 조합원은 취득세를 최대 40% 범위 내에서 감면한다. 주택연금가입자의 경우 연금에서 분담금을 낼 수 있게 최대 한도 70%까지 개별인출을 허용한다. 재건축 부담금(재초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재건축‧재개발 절차 통합하고 추진장벽은 낮춰
절차간소화는 계획수립의 통합과 단계별 요건 완화가 골자다. 조합설립 전 단계에선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게 하고, 조합 설립 후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받을 수 있게 했다. 각 사업단계의 추진도 문턱을 최대한 낮췄다.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두 가지가 동시에 처리되면 그간 두 인가 사이에 있었던 시간 공백이 줄어들어 공사비 갈등 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업진행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각종 행정처리 부분을 요건을 완화하거나 통합으로 처리해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재건축사업은 조합설립요건이 현행 전체소유주의 75%에서 70% 완화된다. 동별 동의 요건도 동별 절반의 동의에서 3분의 1 동의로 낮아진다.
기존에는 추진위원회 설립 동의서에만 해당했던 '조합설립 동의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도 정비계획 입안 요청‧제안 동의로 확대된다. 추진준비위원회나 예비추진위원회 때 정비계획입안 동의서를 70%까지 받으면, 별도로 동의서를 더 받을 필요 없이 곧장 조합설립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추진준비위원회나 예비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개별 소유주의 연락처나 주소를 얻기 힘들었던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지자체가 사업추진 주체에게 토지등소유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기로 해서다.
아울러 총회 시엔 전자의결 방식(온라인 총회·투표)을 허용한다. 관리처분의 경우 신청 후 지자체에서 타당성 검증을 신청하던 방식에서 인가 신청 전에 조합이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분양공고 통지 기한도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