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인상 여부를 두고 분쟁이 끊이질 않자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재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공사비 절감 효과는 거의 나타나질 않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자와 갈등을 빚어온 잠실진주아파트 등 3곳의 재개발·재건축조합에 대해 시공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잠실진주아파트, 대조1구역, 청담삼익아파트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갈등 조정·중재에 나섰고 최근 합의를 도출했다고 홍보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현재 세 곳을 포함해 방화6구역, 미아3구역, 안암2구역 등 6곳에 파견돼 있다.
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시공자로부터 제출된 근거 자료 등을 상호 검토한 이후 조정안을 제시해 양측의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공사비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시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잠실진주아파트의 최종 공사비 인상 금액은 3.3㎡당 811만5,000원이다. 당초 조합은 지난 1월 시공자인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측에 3.3㎡당 700만원대로 공사비를 변경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시공단은 지난 2월 3.3㎡당 829만원으로 최종 절충안을 제안했다.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중재로 조합과 시공자 간 6차례 중재 회의를 통해 증액 합의안을 마련했고, 지난 7월 3.3㎡당 811만5,000원으로 인상한 금액을 조합 총회에서 합의안을 의결한 것이다. 결국 시공단이 제안한 인상금액의 대부분을 수용한 셈이다.
청담삼익아파트는 서울시가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지난달 공사비, 금융비용, 공사기간 등을 조정해 합의서를 도출했다고 밝힌 곳이다. 이 곳은 지난해 5월 3.3㎡당 공사비를 기존 447만원에서 794만70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새집행부가 공사비 재검증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일었다.
이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공사비 증액을 원안대로 준수하는 수준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실제 공사비 절감 등의 효과는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근 극적인 공사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로 서울시의 적극적인 중재 움직임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 따라 빠른 분양을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조합의 경우 이주에 나서고나면 매달 천문학적인 금액의 이주비 대출에 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건설사의 조건 대부분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공사비 중재에 대한 보여주기식 홍보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코디네이터 파견 등을 통해 공사비 중재에 나서 사업을 정상화 시키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조합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건설사가 요청한 대부분의 인상 금액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 계약인 만큼 직접적인 조치를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일방적인 증액 및 공사 중단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전적 조치와 세부규정 마련과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