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제안 동의기준 강화…검토기준도 새롭게 마련
토지등소유자 60% 찬성…토지면적 50% 이상으로
주택 권리산정기준일도 자문요청 접수일로 당겨
투기 적발땐 선정제외…과도한 규제로 사업 난항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서울시가 모아타운 사업체계를 기존 공모방식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하자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시는 공모방식으로 대상지를 선정해왔지만, 주민 제안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기존보다 동의율 등 사업 참여 문턱을 더욱 높인 것이다.
주민제안 방식 전환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에서 투기 세력 등 관련된 논란이 없는 곳들만 알아서 참여하라는 식으로 방법을 변경했다면서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모아타운 추진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면서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모아타운 8월부터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전환…주민제안 동의기준 대폭 강화
서울시가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정비사업을 추진했던 소규모정비사업인 ‘모아타운’사업을 지난 7월말까지 자치구 공모를 종료하고, 앞으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간다. 모아타운 자치구 공모는 지난달 31일 조기 종료했다.
당초 지난 2022년 3월부터 오는 2025년 6월까지 시행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97곳이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돼 목표로 한 100곳이 충분히 가능해졌고, 공모신청시 30%의 낮은 동의율이 주민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시는 원주민의 참여율을 높이고 투기세력 주도 추진 차단을 위해 모아타운 주민제안 동의 요건 강화 및 검토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주민제안을 위해서는 관리계획 수립전, 계획범위에 대한 전문가 자문 동의율 기준을 토지등소유자 수의 50%이상 동의에서 주민제안 조례 기준인 토지등소유자 60% 및 토지면적 1/2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또한 주택 등 분양받은 권리산정기준일을 자문요청 접수일 또는 접수일(주민요청시)로 앞당겨 지정하기로 했다.
나아가 모아타운 주민제안 적정범위 자문시 세부 검토 기준을 마련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추진을 불허한다. 구체적인 검토 기준은 △동의자 중 노후·불량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가 2/3 미만 △22년 이후 매입한 건축물 소유자 동의율이 30% 이상 △반대 동의율이 토지등소유자의 25% 또는 토지면적 1/3 이상 △부동산 이상거래 등으로 투기세력 유입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으로 해당 기준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주민제안을 불허한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되면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가 적용되며 관리처분인가 등 일부 인허가 절차를 통합 심의해 사업 기간을 4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
▲모아타운 9곳 14개 필지에서 지분 쪼개기 이뤄져…투기행위 적발시 선정에서 제외
시는 공모방식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투기행위 적발시 예외없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지난 3월 적발된 모아타운 내 사도 지분쪼개기 투기행위에 대해서 전수 조사한 결과, 모아타운 9곳 14개 필지가 대상지 선정 후 기획부동산 거래를 통해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기획부동산에 의해 1차로 지분거래가 이루어진 297건을 정밀 전수조사했으며, 계약일, 거래금액 등 허위신고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특수관계인 간 편법 증여, 차입금 거래 등 세금 탈루로 추정되는 건은 국세청에 통보 조치했다. 또한, 사도 지분거래를 중개하면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중개업소 4곳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했다.
시는 기획부동산이 모아타운을 빌미로 사도를 매수하여 단기간에 다수인에게 지분공유 형태로 매도한 비정상적인 투기행위를 차단하고, 이에 현혹당해 매수한 투기 세력에 대해서도 개발이익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빈틈없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또는 주민제안시, 사도에 대해 부동산실거래내역을 조사·분석하여 기획부동산을 통한 사도 지분쪼개기가 적발되는 경우 우선적으로 선정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또한 시는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지역 중 기획부동산을 통한 사도 지분 쪼개기가 적발되는 필지는 모아주택 사업시행구역에서 제외해 현금청산 등에 따른 개발이익이 발생되지 않도록 기존 도로로 남기도록 했다.
끝으로 모아타운 내 사도 지분공유 투기행위에 대해 분기별로 전수조사해 부정당한 거래 등 관련 법령 위반 시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일부 투기 세력이 유입되어 주민갈등을 초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모아타운이 투기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하여 모아주택·모아타운 정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투기방지책에 신규 사업지 추가 속도 현저히 더뎌질 것…강화된 동의요건에 책임 떠넘기기 논란도 일어
모아타운에 대해 시의 공모 방식 조기종료 및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에 대해 정비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의요건을 강화하면서 일부 대상지의 갈등 상황을 해소할 순 있겠지만, 모아타운 사업 전반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아타운의 경우 시가 지난 2022년 새롭게 도입한 사업방식으로 아직 제대로된 성공사례가 없는 만큼 시와 지자체가 나서 충분한 설명회 등 적극적인 지원행정을 통해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하지만, 주민제안 방식으로 바꾸고 동의 요건을 강화하면서 더 이상 신규 사업지가 나오기 힘들게 됐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시가 갈등방지 방안이라는 명분으로 일명 ‘잘 되는 사업지’만 골라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또한 시가 공모방식을 통해 주도한 사업에서 투기논란이 끊이질 않자 주민제안 방식으로 변경, 투기세력이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불허하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을 주민 탓으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사업이 불가능한 소규모 정비사업지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라도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사업추진이 원활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해 정비가 정말 시급한 지역들이 사업추진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의 규정들을 활용해 투기세력 유입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세부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