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충격음 1등급으로 계약
실제론 3·4등급으로 시공
법원이 손배사유로 인정
사전인정제도 기준은 동일
시공현장 성능도 충족해야
손해배상액 40억원 판시
5년 지나 30% 감액 결정
DL “현재 항소 진행 중”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시공자를 상대로 제기한 아파트 층간소음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합이 승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24민사부(재판장 박사랑)는 지난해 10월, 서울 중랑구 묵1구역 재건축조합(조합장 정현섭)이 시공자인 DL이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합에게 약 2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공사 과정의 하자를 이유로 발생한 바닥충격음 성능미달을 법원이 손해배상의 사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현재 DL이앤씨 측에서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바닥충격음 1등급으로 계약했지만, 이보다 낮은 3~4등급으로 시공
소송의 발단은 조합이 입주 후 아파트 바닥충격음을 측정했더니 계약했던 등급보다 낮은 성능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송 원고인 조합은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으로 시공해야 할 계약을 지키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조합은 시공자인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2015년 도급계약 당시 층간소음 문제 최소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층간차음재 두께 등 바닥충격음 공사 수준을 업계 평균 보다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전인정제도 인증을 거친 ‘층간차음재 두께 60mm 및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1등급’으로 바닥충격음 관련 공사를 하기로 계약했다. 조합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로 공사 진행 후 2017년 12월 사용검사를 받고 입주했다.
그러나, 입주 후 조합이 실제로 바닥충격음을 측정해보니 1등급이 아닌 3~4등급이 나와 계약내용 보다 층간소음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가구의 경우 3~4등급을 넘어 법령에서 정한 바닥충격음 기준을 아예 충족시키지 못한 ‘등급 외’ 성능까지 측정됐다.
소송이 제기되자, 피고 DL이앤씨 측은 ‘성능’이 아닌 ‘시공’에 방점을 두고 대응했다. 사전인정제도를 준수해 ‘시공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으니 ‘성능기준’까지 지켜야 할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즉, 사전인정제도를 통해 표준시험실에서 ‘1등급’이라고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등 의무를 모두 이행했으니 성능기준까지 충족할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DL이앤씨 측은 “시공자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및 관리기준에 따라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인정기관이 중량충격음 1등급, 경량충격음 1등급으로 사전인정한 바닥구조 제품을 시공할 의무만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계약내용상 성능 나오도록 시공해야”
재판부는 DL이앤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내용대로 공사 후 바닥충격음 성능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조합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시공자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실제 시공된 아파트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측정결과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이상이 되도록 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라며 “관련 규정 및 거래 관념 등을 종합해 볼 때 시공자는 계약 내용대로 1등급 이상이 되도록 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 이유로 재판부는 첫째, 사전인정제도의 운영 취지가 시험실에서의 바닥충격음 성능과 실제 시공된 주택 성능이 모두에서 동일해야 한다는 점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닥충격음의 시험실 성능 수치와 실제 시공현장 성능 수치를 달리 볼 필요가 없이 똑같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1등급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둘째, 당시 적용된 ‘바닥충격음 관리기준’에서도 시험실 성능을 실제 현장에서 재현하도록 하는데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닥충격음 관리기준 제13조에서는 ‘현장과 동일조건의 시험여부’를 포함해 사전인정시험 성능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그 취지가 시험실 성능을 실제 현장에서 재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셋째, ‘인정받은 내용과 다르게 시공한 경우’ 해당 바닥충격음 구조의 인정을 취소하는 주택법 규정도 성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근거로 들었다. 관련법에서도 시험실에서 인정받은 내용과 실제 시공 현장에서의 차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계약을 통한 약속이라는 사회통념 측면에서도 시험실 성능과 실제 시공 후 성능이 같아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시험실에서 바닥충격음 1등급이라고 판명된 바닥구조를 정상 시공할 경우 실제 아파트에도 구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통념이라는 것이다.
▲손해배상액 40억원 중 5년 지나 70%만
재판부는 성능미달 책임이 있는 DL이앤씨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약 40억원을 판시했다.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미달해 하자가 있다고 간주, 이에 대한 하자보수비를 산출한 것이다. 이 중 사용검사일인 2017년 12월 이후 4년 9개월이 지난 2021년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을 들어 30% 감액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소송이 이 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묵1구역 재건축조합은 약 28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항소 진행 중이다.
이번 조합 승소를 이끌어 낸 유정우 변호사는 “시공자 측에서는 구조·형태기준을 충족했으므로 바닥충격음 기준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주목해야 할 판결”이라며 “층간소음 소송은 계약 기준을 뛰어넘는 소음이 얼마나 발생하느냐는 성능기준에 집중해 진행해야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