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부담
현금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부담
  •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4.08.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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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일반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일반분양 가격 역시 조합 등이 원하는 가격을 웃돈다면 현금청산자에 대해 굳이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언제나 호경기일 수는 없고, 조합원들이 부담할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조합은 현금청산자에 대해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킬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현금청산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고, 대지 또는 건축물을 분양받지 못하게 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현금청산자에게 도시정비법 제89조 제1항에 따라 청산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합정관이나 총회 결의 등으로‘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3두19486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생기는 고민은 정관이나 총회 결의 등으로 무엇을 어떤 범위까지 정해야 하는가이다. 예컨대 현금청산자가 된 때까지 발생한 전체 정비사업비 중 정비구역 내 총 종전자산 가액 중 현금청산자의 개별 종전자산 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조합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면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을까?

우선 현금청산을 선택할 것인지,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현금청산자의 권리이다. 이는 특정한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아니며, 현금청산을 선택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따라서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현금청산을 선택할 기회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조합 관계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불이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현금청산을 선택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를 포함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재개발사업이 기존의 건물을 철거한 후 그 대지 위에 새로운 건물을 건축해 분양함으로써 그로 인한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에도, 현금청산자는 재개발사업의 중간 단계에서 조합 관계에서 탈퇴해 그와 같은 분양 수익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분양 수익에만 기여하는 비용은 현금청산자에게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잔존 조합원들의 이익으로만 귀속되는 비용이나 전적으로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형성에만 이바지하는 비용(신축 건물의 대지조성건축 공사비 등)도 현금청산자에게 분담시킬 수 있는 비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현금청산자에게 조합원의 지위를 보유하는 기간에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를 정관으로 정하는 경우 그러한 사업비용은 잔존 조합원이 부과금의 형태로 부담하는 비용과 동일한 성격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잔존 조합원에 대한 비용 부담 절차와의 형평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금청산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경우에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수입이 발생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합원 지위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 관계에서의 탈퇴 시점에 우선 비용을 부담시키게 된다. 그리고 현금청산자가 되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므로 구체적 분담액을 정하는 총회 결의에 참여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현금청산자는 잔존 조합원에 대한 부과금과 동일한 성격의 사업비용을 일부 부담하면서도 그 비용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잔존 조합원에 비하여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대법원이 “현금청산자가 조합관계의 탈퇴 시점에서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정관 등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추상적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정관 조항만을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예상하지 못한 내용과 규모의 정비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잔존 조합원과 탈퇴 조합원 사이의 형평에 반한다”라고 판시한 것은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대법원 2021.4.29. 선고 2018두52150 판결 등).

다만 청산자가 된 때까지 발생한 사업비용, 이자 및 연체이자 등 금융비용 등 정비사업 전반에 사용된 비용을 비례율을 계산하는 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한 비율로 분담하도록 하는 정도의 정관 규정만으로는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하도록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정관 등에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규정해야 현금청산자들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는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만 청산자가 된 때까지 발생한 사업비용, 이자 및 연체이자 등 금융비용 등 정비사업 전반에 사용된 비용을 비례율을 계산하는 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한 비율로 분담하도록 하는 정도의 정관 규정만으로는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하도록 하기 어려울 것이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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