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우리 정부의 고금리 정책 기조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불러왔지만, 한편으론 무주택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내 집 마련의 시간을 벌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랬던 국내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그야말로 대반전을 보인다. 그동안 중개업소 앞에 사람들의 발길 구경하기 쉽지 않았었는데, 6월 기준으로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이 이미 7,000건을 넘어서면서 열기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신축아파트 거래에서는 신고가 갱신 뉴스가 자주 언급되는 가운데 나날이 오르고 있는 분양가는 신규 분양만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무주택 서민들로 하여금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구축아파트로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돌리게끔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단순히 시중의 대출 규제 완화에 편승한 수요층의 성급한 매수행렬 탓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내건 충분한 주택 물량공급의 약속은 부동산시장 어디에서도 아직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MZ세대들까지 가세한 무주택 서민들은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부득이 ‘영끌’로 내몰리는 것이다. 또한 자칫 망설이고 관심을 끄고 있다가 부동산시장의 흐름 변화에 뒤처지면 이른바 ‘벼락 거지’로 추락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마저 들게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부가 나름대로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나 3기 신도시 건설의 가속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촉진 등 다양한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음을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자재값의 가파른 상승과 건설 인건비 인상 등으로 최근 심화되고 있는 공사비 급등이란 악재 앞에서 이전의 몇 가지 대처방안들은 ‘백약이 무효’인 듯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2~3년간 인허가 혹은 착공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점도 향후 공급감소를 우려하게 만드는 주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연간 평균 4만호 내외의 주택이 필요한 서울 전역에서 올해와 내년에 입주 물량은 2만5천호 내외에 그친다는 점도 주택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무주택 서민이나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2026년 이후엔 아예 1만호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공급 중단의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전망 앞에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최근의 제7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주요 공급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간의 주택공급 여건 개선과 공공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 공급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8월에 들어서면 기대감을 가져 보아도 좋을 듯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비슷한 상황들을 반추해보면, 과연 부동산시장에서 기대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담긴 대책이 나올런지 의구심은 지우기 힘들다. 어쨌든 이번 대책은 여느 때처럼 단순히 숫자만을 앞세운 공급 물량의 확대 약속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있는 이들에게 먹을 것 대신 빵을 그려주며 그것으로 배고픔을 달래라고 농락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알맹이 없는 대책은 오히려 실망감과 분노를 불러와 부동산시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부동산 대책은 더 이상 단순히 추상적 규제 완화나 제도 개선 그리고 신규 택지 개발계획의 발표 등으로 꾸며진 구색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도심의 정비사업이나 신도시건설 현장의 크레인이 바쁘게 돌아가도록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라야 한다.
공사비 갈등으로 공정이 지연되거나 멈춰 서있는 정비사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의 공사비 검증시스템을 인적·물적 측면에서 한층 더 확충함으로써 검증시간을 단축하고 검증 결과의 신뢰도를 제고토록 해야 한다.
주택 공급난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서울 인근에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건설도 사전청약제도의 폐지 등으로 상당한 동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으므로 전체 현장의 공정상황을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
주택 난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주거 안정이란 희망봉으로 다가와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번만이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이정표와 나침반을 던져주길 기대해본다.
두성규 대표 / 목민경제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