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부과 임박 단지
반포 현대·방배 신성빌라
역삼아트·연희빌라 등
서울에만 모두 5곳 대상
통계자료개선 안됐는데
돈부터 내라니 ‘황당’
관련단지 주민들 반발
“가처분 소송도 불사”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부가 지난달 8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부담금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5개월째가 되면서 이달 중으로 지자체가 재건축 부담금을 조합에 통보해야 하는 기일과 맞물려 혼란이 커지고 있다.
납부 대상인 단지들은 벌써부터 관련서류 제출을 거부하면서 반발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주택가격 산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부과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초환 폐지 방침을 밝히자 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5개 단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 반대 움직임 본격화
지난 3월 27일 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지난 2022년 4월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중단됐던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 등에 재건축 부담금 관련 절차가 재개된 후 부과가 임박해지면서 대상 단지들과 지자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일 이후 5개월 이내에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에 8월까지 서초구는 반포현대 재건축조합에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임박한 단지들은 총 5곳이다. 5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현대아파트 △방배동 신성빌라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트빌라 △은평구 연희빌라 △강서구 화곡1 단독주택재건축 등이다.
해당 단지들은 하나 같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적 대응까지 나서고 있다. 반포현대의 경우 가구당 평균 1억6,000만원의 부담금이 통보된 이후 조합은 집값 상승분 등 초과이익이 과도하게 산정된 것으로 보고 법정대응에 나섰다.
연희빌라 역시 부담금 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초환 부담금은 주택가액을 산정해 책정해야하는데, 연희빌라는 주택가격을 산정할 만한 거래가 많지 않은 데다 인근 유사단지도 별로 없어 새롭게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을 산정해야하는 상황이다.
해당 조합들은 한국부동산원의 부담금 산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조합은 조만간 자치구를 상대로 재건축부담금 부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황이 비슷한 다른 재건축조합들도 관할 지자체가 부담금 부과 절차에 착수하면 소송 등과 같은 방식으로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8.8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금 부과를 준비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8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주택 공급 위축 부작용을 고려해 부담금 폐지를 추진하기로 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건축부담금 부과대상 조합들은 미리 납부할 경우 불필요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납부를 지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지난 2022년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개선 방안을 발표한 후 법 개정을 이유로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기까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업무가 2년 넘도록 중단된 바 있다.
현재 발의돼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폐지법안은 해당 법률을 폐지하는 대신 종전에 이미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했거나, 부과종료시점이 도래해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해야 하는 사업은 종전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통계 개선 방안 연구용역도 끝나지 않았는데… 통계자료 개선부터 이뤄져야
재건축조합들이 재건축 부담금 부과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시 활용되는 통계의 부실함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기간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을 산출하는데 이때 집값 상승분은 국가승인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지수를 사용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감사원에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 부담금 산정 기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KB국민은행 등 민간 통계보다 상승률 등에서 차이가 났고, 이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이 과다 계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반포현대 등 재건축조합들은 부동산원 통계로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국재건축조합연대가 해당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 3월 공익감사를 청구했지만, 국토부가 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에 맡긴 통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공익감사 청구를 종결한 바 있다. 국토부의 개선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취지다. 하지만 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 부과절차가 시작되면서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국재건축조합연대는 주택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미뤄야 한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주택 통계 개선방안 마련을 이유로 공익감사 청구를 종결했다면 적어도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9월 말까지는 재건축 부담금 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포현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은 통계자료 조작 의혹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장관이 나서서 폐지하겠다고 밝힌 제도”라며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상승률은 현 정부가 제기한 통계조작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회에는 재초환 폐지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부과를 강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