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대 율곡주공3단지
추정분담금 최대 4억원
조합해산 설문조사 진행
재건축 전환 사실 불가능
사업기간 장기화도 난제
공사비 뛰어 부담 가중
주민 “사업중단” 목소리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분담금 상승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권리변동계획안이 수립되면서 추정 분담금이 기존 집값 수준으로 공개되자, 재건축으로 선회하거나 사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비업계는 재건축사업에 소요되는 기간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인상될 공사비·금융비 등을 감안하면 실익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사업전환에 걸리는 15년을 노후주택에서 버티기보다는 5년 후 리모델링한 새집에 입주했다가 10년 후 재건축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리모델링 징검다리’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분담금 상승 강타해 호흡곤란 온 리모델링… 현장 곳곳서 갈등
경기도 군포시 율곡주공3단지는 최근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단지는 산본 리모델링을 대표하는 2,042가구 규모의 최대어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사업중단 논의가 리모델링업계에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이다.
율곡주공3단지는 지난 1994년 지어진 준공 30년차 노후 아파트로 지난 2020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1년에는 DL이앤씨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등 사업이 순항해 왔다.
올해 초에는 건축심의를 통과했으며, 지난 6월부터 리모델링 행위허가결의 동의율 확보에 나섰지만, 집값 수준의 높은 추가 분담금이 공개되면서 주민반발이 본격화됐다. 3.3㎡ 당 공사비가 51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상향돼, 총사업비가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율곡주공3단지는 현재 3억원 중반대에 실거래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추정 분담금이 최대 4억원 후반까지 이르자, 차라리 사업을 백지화하고 재건축으로 노선을 변경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결국 조합은 ‘사업 추진방향 설문조사’로 사업의 향방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에 참여할지, 아니면 아예 사업을 중단하고 리모델링조합을 해산할지 등을 설문조사를 참고해 결정할 예정이다.
수원 권선구 삼천천리2차아파트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반대하고 나섰다. 삼천리권선2차 리모델링사업은 수원에서 사업추진이 매우 빠른 선두권 현장 중 한곳이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집값 수준의 분담금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조합설립 당시 2억~2억5천만원 수준으로 통보됐던 추정 분담금이 최근 3억원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현수막을 창문에 걸어놓고 단체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전용면적 증가로 추정비용이 상승한 것이지만, 총액 상승에 따른 반발이 제기된 것이다.
▲리모델링 조합들 “이미 재건축부터 골백번 분석하고 리모델링 시작해”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과 달리 리모델링 조합들은 재건축으로 사업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애당초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이전에 재건축의 가능성 및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했고, 재건축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삼천리권선2차의 경우 용도지역이 2종일반주거지역이고 고도가 제한되는 비행안전구역이기 때문에 높이규제가 까다롭게 적용된다. 또 리모델링에선 별다른 조건 없이 300%까지 적용되는 용적률이 재건축의 경우 8%의 기부채납과 5% 이상의 임대주택을 부담해야만 적용이 가능하다.
더불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위해 최대 용적률을 적용하더라도 높이규제로 인해 수평으로 아파트를 늘릴 수밖에 없어, 동간 거리가 비약적으로 줄어드는 닭장 아파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기간 장기화도 문제다. 현재 권리변동계획 동의서 징구에 나선 사업장의 경우 공사기간을 포함해 통상적으로 5년 후 입주가 점쳐지는 단계다. 리모델링사업의 권리변동계획은 재개발·재건축의 관리처분계획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주개시·철거·착공이 얼마 남지않은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리모델링과 근거법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사업전환 시 정비구역지정부터 다시 돌을 쌓아나가야 한다. 통상 13년이 소요되는 재건축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이봉철 전국 공동주택리모델링 연합회장은 “현재 리모델링 추진단지 대부분은 과거에 이미 우선적으로 재건축사업의 가능성을 수차례 검토했고, 지역이나 단지의 특성에 따라 극복하기 힘든 사업성 한계에 부딪혀 리모델링을 추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미 여러 설계·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재건축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한 곳에서 억지로 재건축을 강행했을 경우 리모델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징벌 수준의 추가 분담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날마다 오르는 공사비
정비업계는 리모델링 사업을 아예 중단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업성 및 분담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 혹은 지연될 경우 사업여건이 점차 열악해져서 기존의 노후아파트를 10년 이상 방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지출요건인 공사비·금융비·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분양가 상승은 제한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사업여건이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조합은 공사비 협상을 위해 해당 단지의 3.3.㎡당 공사비 상승률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상승률로 계산한 결과 5년 후 3.3.㎡당 공사비가 1천만원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는 1년전 대형건설사와 3.3.㎡당 750만원 수준으로 가계약을 맺었는데, 본 계약 및 착공에 돌입한 현장사례를 검토한 결과 5년 후에는 리모델링 사업조차 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오늘 공사비가 가장 저렴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사비가 별다른 기준도 없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임금상승, 근로시간 단축, 금융비용 증가 등의 변수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향후 예상 공사비를 분석해보면 앞으로는 아예 리모델링조차 여건이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