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기면 이행강제금
위반 건축물로 등재
보조금 혜택도 배제키로
외부이용객 관리·보안
주민들 감당하기 어려워
관련기준 재검토 필요
공공개방시설 관리주체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준공된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사업완료 후 단지개방 문제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사업추진 당시에만 하더라도 단지시설 일부를 개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용적률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받았지만, 준공 후 개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곳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사전기획 등으로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나서서 개방 약속 미이행시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설 개방 및 운영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설 관리책임 주체 등 시설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의 재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개방약속 어기면 건축이행강제금 부과하고 보조금 혜택도 배제
서울시가 아파트단지 내 시설 개방을 조건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 혜택을 받아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주택 주민공동시설 개방운영에 대한 기준’을 발표했다.
기준에 따르면 시는 건축위원회 심의부터 분양, 준공,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등 단계별로 시설개방에 관한 사항을 분명히 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고시문·사업시행인가 조건·분양계약서·건축물대장 등 공식문서에도 이를 명시하기로 했다.
예컨대 입주자 모집 시에는 모집 공고문에 시설개방을 명시하는 등 모집대상에게도 충분한 사전설명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분양계약 시에도 별도 동의를 받아 분양계약서에 첨부토록 했다.
나아가 시는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조합 등 사업주체가 시설개방 운영을 약속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도 해당 사항을 준수해야 하도록 개정해 법적 근거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설개방은 했더라도 외부인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받아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공동시설의 운영권을 자치구에 위탁한다. 시설 운영자는 자치구의 결정에 따라 운영방식과 사용료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을 막는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조치에도 시설을 개방하지 않으면 강력하게 행정 조치할 방침이다. 건축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건축물대장에 해당 아파트단지를 위반건축물로 올린다. 또 용도변경 등 각종 건축행위에 대한 허가도 제한하고 모범단지 보조금 지원 등 각종 혜택에서 배제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주민공동시설 개방을 조건으로 동 간 거리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은 후, 이를 어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라며 “주민공동시설 개방이 갈등 없이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 가운데 주민 공동시설을 개방하기로 한 단지는 총 31곳이다. 이중 서울 서초구 반포 소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등 2곳이 준공했다. 두 단지는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다 최근 개방했다.
착공 단계에 접어든 잠실진주 재건축과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도 주민 공동시설을 외부 개방하기로 했다. 제기4구역과 흑석11구역, 이문4구역 재개발도 시설 개방을 약속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공시설 개방으로 입주민들 불편 없도록 운영 기준 등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개방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 기준들을 먼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입주민들이 공공 개방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 단순히 인센티브만 챙기고 개방 조건을 나몰라라 하는 일명 ‘얌체 행위'가 아니라, 개방으로 인해 보안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사후에 결정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부분 개방하기로 한 시설들은 아파트 단지 내부와 연결이 된 곳이다. 보행통로의 경우 단지 내부를 관통하고 커뮤니티 시설은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지하 주차장과 이어져 있다. 이에 단지 개방으로 인해 안전, 보안이나 쓰레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개방시설 등에 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공공개방시설의 관리 주체를 아파트단지가 아닌 지자체에서 직접 담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자체에서 나서 입주민과 개방시간, 운영방안 등을 조율해 갈등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시설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인 입장에서도 관리 및 운영주체가 아파트단지가 아닌 구청이 된다면 불합리한 요소없이 공공개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공개방을 두고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은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를 아파트 입주민이 자의적으로 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공공개방시설을 자치구에서 직접 나서서 관리한다면 개방을 두고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공공개방시설으로 인한 보안 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에서 철저한 관리와 운영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