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현행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의 “시장·군수 등 또는 토지주택공사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그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라는 규정은 민간 사업시행자에 의해 새로 설치될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용도 폐지될 정비기반시설의 무상 양도를 강제하는 강행규정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을 위반하여 사업시행자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 등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6.25. 선고 2006다18174 판결 등 참조).
일선 정비사업현장에서는 조합이 행정청의 요청에 따라 용도폐지될 정비기반시설에 대해 유상매입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행정청을 상대로 유상매입하는 매매계약이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규정에 위반됨을 이유로 기 지급된 매매대금의 반환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실무상 조합은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부득이 인·허가권자인 행정청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어느 정도 정비사업이 진행된 이후 제기하는 경향이 있고, 반면 지방재정법 제82조 제2항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합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어느 시점인지가 문제되고 있다.
이에 대해 ①현행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에 따라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고, 무상 양도의 대상과 범위는 실제로 정비기반시설이 설치되어 그 설치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이후에 결정되므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은 무상 양도의 대상과 범위가 결정될 일종의 조건으로 볼 수 있는 점,
②현행 도시정비법 제97조 제5항은 관리청에 대한 준공인가통지 시에 용도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이 사업시행자에게 양도되는 것으로 정하는 점,
③현행 도시정비법령은 사업시행인가 시의 용도 폐지되거나 새로 설치할 정비기반시설이 사업시행변경인가를 통해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규정 위반에 따른 매매대금 상당 부당이득 반환 채권은 용도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내역과 가액이 확정되고, 사업시행자가 실제로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여 그 정비기반시설에 소요된 설치비용이 확정된 때로 볼 수 있는 준공인가 내지 준공인가통지 시에 비로소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기한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와 같은 법률상 장애 상태로 볼 수 있으므로 위 준공인가 내지 준공인가통지 시점에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2024.6.27. 선고 2023다302920 판결에서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매매계약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에 성립하고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라고 전제한 후
“조합이 유상매입에 따른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있으므로, 조합이 주장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위 각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에 성립했고 그와 동시에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소멸시효도 그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실무상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정비사업의 진행과정 중 인·허가권자인 행정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을 도외시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