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
체결 단계부터 검증 허용
기준개정·절차도 신속히
조정권 없어 효과 의문
과도한 공공개입도 문제
행정·재정 지원 늘려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추진에 문제가 발생하는 재개발·재건축현장이 늘어나자 정부와 지자체가 공사비 검증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근 국토부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개정해 공사계약 체결 단계부터 공사비 검증을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점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계약에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국 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성급하게 협상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무런 실효성없는 공사비 검증제도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원활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이 할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공사비 검증 제도…공사계약 체결 단계부터 공사비 검증토록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
공사비 분쟁으로 인한 갈등이 점점 늘어나자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조합 등 사업시행자와 시공자 간 갈등 해소를 위해 공사비 검증을 공사계약 체결 시에 가능토록 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은 담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기간을 2년 이하로 구체화했다. 기존에는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처벌이나 입찰·선정이 무효 △입찰신청서류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되어 선정·계약 취소 △토지등소유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3회 이상 적발 등의 업체는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은 협력업체는 영구적으로 입찰을 금지할 수 있다. 입찰 참가제한에 대한 기간을 규정하지 않아 조합이 입찰공고 등에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한 사항을 명시하면 입찰 참가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개선안을 통해 부정당업자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되 제한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제한을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편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입찰·선정이 무효나 취소된 경우에 시·도지사의 입찰제한이 의무화됨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제외했다.
또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서는 합동설명회 개최시기를 앞당겼다. 현행 기준에는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총회에 상정될 건설업자 등이 결정된 경우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한 후 합동홍보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입찰공고에 따른 입찰마감일 다음날부터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 개최일까지의 기간 동안 합동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토록 했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에게 충분한 홍보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합동설명회 시기를 조기화한 것이다.
한편 국토부는 시공자 선정 후 계약체결 단계에서 공사비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계약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신설됐다.
계약서에 △공사비 △공사기간 △공사비 조정방법 등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는데, 계약체결을 위한 기명날인 전에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계약서에 포함된 도서의 종류 △도서간 우선순위에 관한 사항 △공사비 산출 근거에 관한 사항 △공사비 및 공사기간 변경 등에 관한 사항 △공사비 검증을 포함한 분쟁 해결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공자가 조합 등에게 공사비의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에 따른 자료를 포함해 서면으로 요청토록 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도 개정...검증절차 신속히 개시해 사업지연 최소화
국토부는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안과 함께 같은날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 개정안도 고시했다. 개정안은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경우 조합이 검증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종류를 명확히 해 현장의 혼란을 방지토록 했다.
또한 검증기관이 조합이나 시공자에게 제출 서류의 보완을 요청하는 때엔 요청을 받은 자가 30일 이내에 보완을 완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검증 절차가 신속하게 개시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사업시행자 등이 시공자의 증액 요청일부터 30일 이내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도록 함으로써 검증절차가 신속하게 시작되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조합과 시공자 간의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 사례가 증가하면서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공사비 증액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도입한 공사비 검증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늘어만 가는 공사비 검증 관련 법...조정내용은 없어 실효성 논란 점점 커져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비사업은 조합과 건설사 간 민간 계약인 만큼 직접적인 조정권한이 없어 절차가 강화될수록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여러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을 해결했다는 내용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실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건설사의 요구 대부분을 받아들여 공사비가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져 보여주기식 결과에 그쳐 실제 현장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건설사들 역시 민간 공사 계약에 과도하게 공공이 개입한다며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나아가 공사비 검증을 지원하는 각종 협력업체들 역시 대부분 건설사와 관계된 업체가 대부분인 만큼 건설사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장 핵심인 조정권한 없이 굳이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강화해 보여주기실 결과로만 이어져 조합과 건설사 모두의 불만을 키울 것이 아니라 공사비 조정을 적극적으로 알선하는 한편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으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하락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각종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부채납 등 조합에 과도한 분담금이 발생하는 현재 정비사업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인 지원행정을 보여 신속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조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