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동의서와 형평성…사전·중복징구 막는다
동의서 제출 기한도 자치구 '추천시점'으로 통일
주민 의사 왜곡 차단… 징구절차 형평성 제고
의견 표시기한도 늘려 재개발 추진 동력 확보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 주민동의 산정방식을 개선한다. 재개발사업 찬성동의서와 마찬가지로 반대동의서도 연번을 부여해 사전징구·중복징구를 차단한다. 또 찬반동의서 제출기한을 자치구 추천시점으로 통일하는 등 재개발 현장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하는 제도정비가 이뤄졌다.
정비업계는 재개발사업 초기에 가장 핵심요소로 꼽히는 주민동의 절차가 정상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사업 활성화는 물론, 그동안 주민동의 문제로 재개발에 적용하지 못했던 ‘패스트트랙’도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찬성동의서와 형평성 맞춰져…반대동의서도 ‘연번’ 확인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재개발사업에서 주민 찬반의사를 보다 명확하고 공정하게 확인하기 위해 주민동의 방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재개발 찬성동의서와 마찬가지로 반대동의서에도 연번을 부여해 동의서 중복징구 및 위변조를 차단하고 동의서 제출기한도 찬반동의서 모두 동일기간으로 한정해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주민동의 산정방식을 개선한 배경에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선정기준에서 주민동의요건을 강화한 정책변화가 도화선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주민의지가 높은 지역의 정비구역 지정에 속도를 높이겠다며 주민동의율에 따른 후보지 정량평가 가·감점 제도를 도입했다. 주민동의율이 50%를 넘기면 가점을 부여하고, 반대로 반대동의율이 5% 이상인 구역은 비율에 따라 감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주민의견을 최우선으로 수렴해 재개발사업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 정비현장에서는 찬반동의서 징구절차와 기한이 각각 다르게 나뉘어져 있어 오히려 주민의사를 왜곡하고 재개발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대동의서 징구 과정이 찬성동의서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오히려 감점 요인이 상승해 재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성시점 알 수 없는 반대동의서…사전징구·중복징구 난립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시행령, 서울시 조례 등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요청을 위해서는 자치구의 ‘연번’이 찍힌 동의서로만 찬성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 연번을 부여받지 않고 사전에 징구한 동의서는 동의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찬성동의서에 대한 기준일 뿐, 반대동의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러한 편차는 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선정은 물론, 서울시 모아타운 후보지 신청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요청제 등 주민의사 수렴과정에서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가령 2024년 9월에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할 경우 찬성동의서는 자치구가 ‘2024년 9월’이라는 연번을 찍고 특수한 확인도장까지 찍어 배포하기 때문에 동의서 위변조가 불가하다.
하지만 반대동의서는 연번이 없어 동의서 작성시점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사전징구가 가능했다. 또 작성기한을 모르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장을 중복징구할 수도 있었다. 예컨대 2024년 9월에 징구한 반대동의서가 오는 2025년은 물론, 향후 수년간 유효한 반대동의서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로구와 구로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 재개발 혹은 모아타운이 추진되는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반대동의서 사전·중복징구로 인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들이 속출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까다로운 동의서 양식에 맞춰 동분서주 토지등소유자들을 만나야 하지만, 반대 단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확보해 놓은 반대동의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주민반대 논란으로 결국 사업신청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동의서 제출기한도 찬반 모두 통일…자치구 추진시점으로
반대동의서 연번부여와 더불어 동의서 제출기한도 일원화된다. 그동안 찬성동의서는 주민들이 동의율을 확보해 자치구에 신청서를 접수할 때까지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으나, 반대동의서는 자치구가 서울시에 후보지를 추천할 때까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 각각 제출기한이 달랐다.
상대적으로 반대동의서 제출기한이 찬성동의서보다 1~2개월가량 길기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는 주민의사 왜곡은 물론 행정력이 낭비되는 부작용까지 지적됐다. 이미 찬성동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가 홍보요원의 설명 혹은 향응으로 마음을 바꿔, 반대동의서를 추가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명의 토지등소유자에게서 찬반동의서가 각각 제출되면 이를 판단해야 하는 자치구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를 판단할 규정도 없기 때문에 자치구마다 △토지등소유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해당 토지등소유자의 찬반동의서 모두를 적합하지 않은 동의서로 판단하거나 △이후 사업설명회 시점에서 주민의사를 재표결하는 등 천차만별의 동의율 산정방식이 활용됐다.
양 추진세력들은 자치구의 선택에 따라 재정립된 동의율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단체민원 및 집회를 벌여, 결국 자치구가 재개발사업 신청을 기피하는 부작용까지 발생할 지경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찬반동의서 제출기한을 '자치구 추천시점'으로 통일해, 동의서 징구절차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주민의사 표시 기한을 늘리도록 개선했다.
더불어 시는 ‘반대동의 철회서’ 양식을 신설해 반대의사를 표시한 후에 이를 철회할 때에는 주민이 자치구에 직접 방문 하지 않아도 반대의사를 철회할 수 있도록 바꿔 주민불편을 개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반대동의서와 관련한 양식과 절차들이 개선되면서 보다 명확하고 공정하게 주민의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찬반동의서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부작용들도 크게 개선돼, 전반적으로 재개발사업 추진이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