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사업이 공사비 정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비 증액과 미납금 문제로 시작된 갈등은 조합 내홍으로 번져 사업을 답보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사업정상화를 위해 새 집행부가 구성됐지만, 시공자가 법인통장에 가압류를 걸어 자금을 동결시킨 상황이라, 출구대책 마련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조합은 선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의 법률적 하자를 치유하고 모금으로 긴급자금을 확보해 시공자와의 공사대금 소송 및 이전고시를 준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끝나지 않는 공사비 갈등에 조합 내홍 본격화… 속 타는 조합원들
주안4구역 재개발사업은 미추홀구 주안동 1577번지 일원 9만559.8㎡ 부지에 지상 35층 13개동 규모의 공동주택 1,85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2년 5월 관리처분 변경총회를 통해 공사비 증액 39억원을 정산하기로 결정하고 동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조합은 지난해 1월부터 이전고시가 진행될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고지했다.
하지만 조합은 1월 예고했던 이전고시 통보가 아닌, 관리처분 변경총회 때 고지하지 않은 공사비 미납금 290억원을 조합원들에게 통보하며 추가 분담금이 불가피하다고 알렸다. 조합은 미계약된 28가구와 보류지 8가구 등 183억원이 미분양되면서 미납금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초 미분양이 아니더라도 100억원에 가까운 추가 분담금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상황에 대해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졌다.
심지어 미분양 물량을 재분양하는 과정에서도 조합원들의 불신은 증폭됐다. 기존 미분양 물량의 수익 183억원을 온전히 매각하더라도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데, 대의원회 의결만으로 이를 17.5%나 할인분양하기로 결정하고, 롯데건설 홈페이지에 기습적으로 6시간 공고를 올렸다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조합은 2차 재분양 역시 모두 미분양으로 종결됐다며 할인율을 올리고 건설사의 분양대행사에 보유물량을 넘겨 3차 분양을 진행하려 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 해임총회를 열어 조합임원 전원을 해임하고 지난 2월 17일 새 집행부를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와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조합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조합의 법인통장과 종교부지를 가압류, 사실상 조합의 자금을 동결시켰다. 결국 사업정상화에 나섰던 새 집행부는 자금이 묶였고 사업은 답보상태에 놓인 채 금융비용만 증가하는 상황이다.
▲건설사 “미납된 공사비 요구하는 단순한 문제…조합 내홍과는 별개”
주안4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2022년 2월 시공자인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비 110억8천만원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주민갈등이 시작됐다. 공정률이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증액을 요청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이후 2023년 290억원 상당의 공사비 미납금 사태와 미계약·보류지 매각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주민갈등과 해임총회, 그리고 조합임원 선출총회 등이 열리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자인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023년 6월 조합을 상대로 163억원 상당의 공사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다가 조합이 지난 2월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공사비와 관련한 이의제기를 시작하자, 지난 3월 슬그머니 공사비 청구금액을 43억으로 낮췄다.
시공자 측은 지난해 6월 공사비 청구소송이 진행된 이후 이전 조합이 일정부분 미납금을 갚았기 때문에 청구금액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1월 공사비 미납금이 실제로 290억원에 달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사비 정산이 수시로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의 미납금액이 얼마인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시공자 관계자는 “이전 집행부와 새 집행부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것과는 별개로 해당 사안은 건설사가 멀쩡하게 공사를 완료한 다음에 공사 잔금을 받지 못한 단순한 문제”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조합이 빨리 정상화돼서 미납금을 정산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돈을 받기 전까지는 법인통장과 종교부지 가압류를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새 집행부 대응 나서자 청구취지 변경…“다분히 고의적”
조합 관계자는 “이전 집행부가 해임되기 전 공사비 미납금 납입은 2023년 9월이 마지막이었는데, 새 집행부가 구성되고 공사비 청구소송 변론기일을 연장하는 등 대응에 나서자 5개월이나 지나서 청구금액을 43억으로 낮춘 것은 비상식적인 대응”이라며 “조합이 정상화돼야 공사비 정산이 이뤄질 수 있는데, 자금줄을 동결해 소송에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 채 금융비용만 증가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시공자 갑질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주안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공사비 정산 및 이전고시 등의 문제가 최근 정비업계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사비 갈등사태를 집약해 놓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정 마무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건설사, 공사비 관련 정보를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아 해임당한 집행부, 석연치 않은 미계약·보류지 처리방식 등 공사비 관련 분쟁요인이 집약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시공자가 조합통장을 가압류해 자금집행을 막으면서 사실상 식물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공사비 정산이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 해임당한 이전 집행부가 새 집행부에 제기한 조합임원 선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새 집행부의 자격과 자금 운용을 위한 운신의 폭이 모두 가로막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