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설레는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인 공항, 공항은 이제 거쳐가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의 집합, 트렌드의 정점에 서 있는 세계 각국의 주요 허브 공항들은 단순한 관문의 장소가 아닌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역할을 통해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세계적인 공항들이 휴식과 레저 기능을 주요 경쟁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공항 내부에 고급스러운 서비스 시설 뿐 만 아니라 예술 작품, 미술관 그리고 미디어 아트 등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공항도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고객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4월에 완공된 싱가포르의 주얼창이는 이스라엘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설계했으며 4년간 17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6,475억원)가 투입됐다. 주얼창이의 실내 중앙에는 40m 높이의 실내 인공폭포가 있어 공항 이용객은 물론 관광객들로 붐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은 비행기 탑승객이 아닌 관광객이다.
카타르의 도하 공항은 거대한 모스크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유명하다. 유명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는 공항 내부는 더욱 특별한데, 터미널 중앙에는 스위스 예술가 ‘우어스 피셔’의 거대한 곰 조각 ‘램프 베어’가 설치되어 있다. 높이 7m, 무게 20t에 달하는 이 대형 작품은 약 78억원에 달한다.
2018년에 개항한 인천공항 T2는 ‘아트포트’(art+airport=artport)를 컨셉으로 출입구에서부터 면세구역, 수하물 수취구역에 이르기까지 공항 곳곳에 대형 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출국 게이트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자비에 베이앙’의‘그레이트 모빌’이 있다. 약 18.5m 높이의 대형 모빌 작품은 넓은 출국장을 종횡으로 연결한다.
탑승 게이트 지역에 있는 19개의 파빌리온(독립구조물)에는 약 1,500m 길이에 걸쳐 ‘지니 서’ 작가의 ‘윙즈 오브 비전’이 펼쳐진다. 수하물 수취 구역에 있는 ‘율리어스 포프’ 작가의 ‘비트.폴’은 물방울을 이용해 동시대의 이슈를 9개국 언어로 표현하는 설치 작품이다.
T2의 아트포트 프로젝트에는 약 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2025년 개항 예정인 T2의 새로운 탑승게이트 지역 곳곳에도 키네틱 설치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작품이 설치될 계획이다.
여행은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며 공항은 그 여정의 시작점이다. 공항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낭만과 감성이 공존하는 곳이다.‘나’를 대변하는 ‘장소’와 ‘공간’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요즘, 공항이라는 장소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성 경험을 제공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염수현 이사 / O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