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무상양도와 소멸시효
국·공유지 무상양도와 소멸시효
  •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4.09.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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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그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

만약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규정에 반하여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의 범위 내에 해당하는 용도 폐지 정비기반시설을 유상으로 양도, 즉 매도할 경우 이 매매계약은 무효가 된다.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면 사업시행자는 이를 매도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고, 사업시행자가 가지는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문제는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이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것은 처음부터 매매계약이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이므로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따라서 소멸시효도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무상양도의 대상과 범위는 새롭게 설치될 정비기반시설이 확정되어 그 설치비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이후에야 결정될 수 있고, 무상양도의 대상과 범위가 결정되어야만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란 새롭게 설치될 정비기반시설과 그 설치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두 번째 견해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인가 시에 용도 폐지되거나 새로이 설치할 정비기반시설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업시행변경인가를 통해 이를 변경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정비법은 새로 설치되는 정비기반시설은 그 정비사업이 준공 인가되어 관리청에 준공인가를 통지한 때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거나 사업시행자에게 귀속 또는 양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사업시행인가 당시 일응 정해진 새로 설치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나 설치비용은 사업시행계획의 변경과 변경인가를 통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설치되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이 확정되는 시점은 사업의 막바지인 준공인가 시점이 된다.

이 때문에 용도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무효가 된다면 어느 범위인지가 준공인가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확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서울고등법원은 두 번째 견해와 같은 판시를 한 바 있다. 즉, 준공인가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아 그로부터 5년 이내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4.6.27. 선고 2023다302920 판결을 통해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법리에 근거하여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위 각 돈을 지급한 때에 성립하였고 그와 동시에 행사할 수 있었다. 소멸시효도 그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첫 번째 견해와 같이 매매대금 지급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이 준공인가 시점이 아닌 매매대금 지급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시한 이상, 사업시행자는 무상으로 양도되어야할 용도 폐지 정비기반시설을 매수했다고 생각한다면, 매매대금 지급일로부터 5년 이내에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소를 제기해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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