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지구 리모델링 단지들이 완충녹지 평탄화를 두고 영통구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3m 높이의 둔덕으로 만들어진 완충녹지가 거주자들의 조망권을 해치고 단지를 폐쇄적으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며 일반 공원처럼 평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영통구청 공원녹지과는 소음차단 및 수목보존 등을 이유로 완충녹지 둔덕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완충녹지는 영통로를 기준으로 수인분당선 망포역 인근부터 난방공사 교차로 맨발공원까지 약 1.1km에 달한다. 해당 둔덕에 접한 리모델링 단지들은 망포역을 기준으로 수원시 리모델링 최대어로 불리는 △두산·우성·한신(민영8단지·1,842가구)을 비롯해 △벽적골주공8단지(1,548가구) △벽적골 주공5단지(1,504가구) △신성·신안·쌍용·진흥(민영5단지·1,616가구) 등 6,510가구 규모다. 또 영통로와 접한 신영초등학교와 태장고등학교까지 완충녹지 둔덕으로 가로막힌 형태다.
주민들은 완충녹지 둔덕이 지난 1980년대까지 소음차단을 목적으로 신도시 아파트단지들에 접목됐으나, 이후 실질적인 방음효과가 떨어지고 공간효율성도 낮아 점차 도시계획에서 퇴출된 시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높은 둔덕 때문에 저층거주자들의 주거환경이 저하되고 단지가 폐쇄적으로 구성되는 문제점이 있어,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미 완충녹지 둔덕과 같은 담벼락을 허물고 단지의 개방감을 높이는 추세라며 영통구청이 주거트렌드를 퇴행하는 행정고집을 부린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영통구청의 행정은 수원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도심 재창조 2.0 프로젝트’와도 상반되는 모양새다. 수원시는 도심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개선하고 도심재정비 공간을 더욱 넓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통지구 6개 리모델링사업에 대해서는 공공지원 방안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주거환경과 공간이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완충녹지 둔덕을 유지하라는 구청의 행정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특히, 리모델링 단지들 대부분이 수평증축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완충녹지 평탄화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내력벽을 유지한 채 아파트 평면의 앞·뒤가 길어지는 수평증축은 전·후면이 둔덕이나 벽으로 가로막힐 경우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까지 침해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통구청 공원녹지과는 둔덕에 심어진 수목을 제거하는 사항에 대해 환경적인 문제가 없는지 협의해보자고 제안했을 뿐, 완충녹지 둔덕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녹지변경에 대한 검토의견을 낸 것인데, 리모델링 조합들은 지난 4월 수목을 조사하겠다는 허락을 구했을 뿐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하지 않아 관련 협의가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통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리모델링 조합들이 공동주택과에서 회의를 한 기록에 따르면 영통구청은 녹지경관과 수목 제거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고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 완충녹지 둔덕을 강요하거나 고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식재된 나무의 99%가 제거되는 환경훼손 상황에서는 시행사가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것인데, 이후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모델링 조합들은 영통구청 공원녹지과가 완강하게 완충녹지 둔덕을 고집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이전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영통로 완충녹지는 과거에 내가 직접 설계한 작품’이라며 조합들의 평탄화 의견을 완강하게 반대했다”라며 “영통구청의 주장대로 해당 사안을 검토의견 정도로 남겨뒀더라면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을 것인데, 지금에 와서 논란이 되자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