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기준 합리화하고
반출 정화요건 대수선
정비업계 일단 ‘숨통’
주택건설지역 1,300mg
도로·주차장 2,000mg
사업지연 리스크 해소
주택공급 속도 긍정적
개정안 올 말부터 시행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악재로 떠오른 불소 토양오염 정화문제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환경부가 불소 토양오염 판정기준을 합리화하고 반출정화 요건을 정비하면서 불소검출에 따른 막대한 비용지출과 공사중단 등의 부작용이 개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오염토 리스크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고, 환경업계는 과도한 오염토 처리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환경부, 불소 오염토 정화기준 대수선…오염토 악재 벗어났다
환경부는 지난 8월 30일부터 시행한 ‘토양환경보전법’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의견제출을 지난 14일 마감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불소 토양오염 기준을 완화하고 오염토를 반출요건을 규정하는 등 정비업계에서 요구해 온 오염토 관련 행정처리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불소 토양오염 기준을 합리화한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사업지의 사용목적에 따라 1지역(전·답·과수원·목장 등)과 2지역(주택·임야·염전 등)은 400㎎/㎏, 3지역(도로·철도·공장 등)은 800㎎/㎏를 불소 토양오염 우려기준으로 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사업지 내에서 토양을 정화하도록 규정해왔다.
하지만 국내 토양 성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화강암이 자연발생적으로 불소를 함유하고 있어, 특별한 오염사례가 없어도 불소 오염토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환경부가 지난 10년간 실시한 국토 표본조사에서도 불소 정화기준을 초과한 면적이 전체표본의 11%에 달했다.
이에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지난해 9월 토양 내 불소 정화기준과 관련한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환경부에 주문했다.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사용 목적에 따라 1지역은 800㎎/㎏까지, 주택건설을 위한 2지역은 1,300㎎/㎏까지, 도로·철도·공장 등이 속한 3지역은 2,000㎎/㎏까지로 불소 토양오염 기준이 완화된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과 밀접한 2지역이 기존보다 3배 이상 우려기준이 완화되면서 정비업계는 불소 오염토 문제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염토 정화여건 어려우면 반출해 정화토록…연내 개정안 시행
정화기준 합리화와 더불어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할 수 있는 요건도 정비된다. 당초 오염토는 오염이 발생한 부지에서 정화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주거지 및 상가가 밀집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의 경우 정화시설을 설치해 오염토를 정화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에 개정안은 오염토가 발견된 사업지가 오염토를 정화하기 힘든 여건이라면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었다. 개정안은 부지 경사도나 정화시설의 유형 등을 고려해 건설현장에서 정화작업이 어려울 경우 오염토양을 반출해 정화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반출정화계획서를 제출할 때에는 반출정화 사유에 해당하는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정밀조사·정화명령 이행완료 보고서를 관할 환경청에 매년 12월 31일까지 통보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수렴된 각계 의견들을 토대로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말부터 개정안 시행에 나설 예정”이라며“조정된 기준은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로 실시하는 정화명령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정비업계, 분양가 하락과 주택공급 활성화에 도움
정비업계는 새 개정안이 정비사업 정상화와 주택공급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소 오염토 검출에 따라 발생하는 정화비용 지출은 물론, 공사중단과 공사비 인상, 사업지연 리스크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가 추산한 정화비용에 따른 아파트 건설비용 상승은 가구당 3,000만원 수준이다. 또 현장 사례들로 추산된 오염토 검출 후 사업지연 기간이 10개월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격 하락과 주택공급 속도향상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정비사업 오염토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의 경우 지난 2021년 착공을 앞두고 사업지에서 불소가 발견되면서 760억원이라는 막대한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정화공사에는 24톤 트럭 366대가 1대당 약 54만원의 가격으로 1,787㎡ 씩의 오염토를 운반했다. 또 오염토 정화에 따른 공사중단과 이에 따른 공사비 증가, 나아가 오염토 비용발생에 따른 집행부 해임까지 이어지면서 정상적이던 재건축사업이 한순간에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인근 방배6구역도 오염토 발견으로 350억원의 정화비용을 부담했고, 착공시점도 6개월가량 지연됐다. 방배13구역도 불소 검출로 600억원의 정화비용이 지출됐는데, 산술적으로 조합원 1인당 4,000만원의 부담금이 증가한 수치였다. 강남구 청담삼익은 오염토 정화비용 400억원을 부담하고도, 사업지연 등으로 결국 70% 수준의 공사비 증액이 이어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불소 오염토 문제는 이주·철거가 끝나고 착공 전에 실시하는 토양조사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조합이 대처하기 까다로운 악재로 꼽히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실질적인 정비사업 구제책으로 체감되는 상황”이라며 “불소 정화기준이 정비되면서 착공을 앞둔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불안요소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고쳐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