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A추진위원회는 법률자문업무 등 용역을 수행할 법무사 선정 입찰을 공고하고, 입찰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업체들에 조합정관의 초안을 제출하도록 한 다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의뢰하여 위와 같이 제출된 조합정관 초안들을 하나의 표로 작성한 자료(이하 ‘이 사건 자료’라함)를 제출받았다.
추진위원장은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이 사건 자료의 열람ㆍ복사 요청을 받았으나, ‘입찰절차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열람ㆍ복사에 응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후 A추진위원회는 위 입찰에 따라 용역업체를 선정했으나 실제 용역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이 경우 추진위원장은 도시정비법 위반죄를 범한 것일까?
우선 생각해 봐야 하는 조문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2호이다. 추진위원장과 사업시행자에게 용역업체와의 계약서 및 그 관련 자료를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관련 자료’의 의미에 관해, 대법원은 “위 조항에 열거된 서류의 진정성립 판단을 위해 확인할 필요가 있는 자료나 해당 서류가 그 내용을 인용하면서 별첨한 자료 등 해당 서류와 불가분적 또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는 위 조항에서 말하는 ‘관련 자료’에 포함될 수 있으나, 공개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위 조항 각호의 서류가 작성된 바 없어 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해당 서류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 대상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4.9.12. 선고 2021도14485 판결 참조).
이 법리를 예시한 사례에 적용해 보면,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을 뿐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법무사 용역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자료는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6항의 용역계약서의‘관련 자료’로서 공개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제124조 제4항을 통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의 열람·복사 요청이 있을 경우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는 이 요청에 응하지 않은 추진위원장 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규정에 대해 “도시정비법은 토지등소유자 등에게 열람ㆍ복사 요청권을 부여함으로써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하여 작성하거나 취득하는 등으로 보관하고 있는 서류와 자료 모두를 잠정적 공개 대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추진위원장 등은 위 서류 및 관련 자료에 관하여 토지등소유자 등으로부터 열람ㆍ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 그 요청 방법이나 절차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그 요청에 응하는 것이 다른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 이상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토지등소유자 등의 열람ㆍ복사 요청에 대하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열람ㆍ복사 대상인 서류나 관련 자료가 위 법률이 정한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24.9.12. 선고 2021도14485 판결).
이 법리를 예시한 사례에 적용하면 추진위원장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고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이유는 “조합정관 초안의 작성은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속하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러한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위 입찰의 기회에 입찰업체로부터 정관 초안을 제출받아 이 사건 자료를 작성ㆍ보유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자료는 구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서 말하는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 터잡아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이 작성하거나 보관하게 된 거의 모든 서류와 관련 자료가 공개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사견으로는 공개대상인 정보의 범위를 이렇게 넓게 인정할 바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처럼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보유·관리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대상으로 하되, 비공개할 수 있는 사유를 정하는 방법으로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의 의미가 반드시 명확해 보이지 않고,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이 당연퇴임 되도록 하는 수단으로 정보공개나 열람·복사 요구권이 남용되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보면 더더욱 그렇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