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태섭>재건축·재개발,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시론 김태섭>재건축·재개발,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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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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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태섭>재건축·재개발,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김태섭/주거환경연구원 연구실장
현대 도시인들은 유사이래 가장 첨단화된 시설과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일상의 활동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오는 소외감은 고독의 섬에서 우리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평(㎡)에 매여 우리의 삶의 의미를 그 속에 가두어 버렸고 감정과 의지, 인내와 삶의 관계까지도 맡겨 버린지 오래다.
덴마크의 건축가 얀겔은 ‘Life between buildings’라는 책에서 우울한 도시와 주거지역에서 생명력을 가진 섬세하고 조심스런 프로젝트로 옥외공간의 가치를 논하고 있다. 평(坪)에 갇혀 기능주의적인 주거지역 개발에 익숙한 도시인의 사고를 끌어내어 옥외공간에서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위로, 인간성 회복의 방법을 찾아 주고 있다.
서울은 온통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으로 고밀, 초고층의 아파트 숲으로 변하고 있다. 개발논리가 우선하던 시대의 인간의 욕심은 갈수록 아파트 높이만큼 자라고 있다. 25.7평이 우리의 최고의 행복이며 그 이상은 삶의 안심이 되고 있다.
삶을 떠난 도시는 우리에게 물리적인 땅일 뿐이며 경제와 기술이 지배하는 비인간적인 도시로 남는다. 정부는 재건축단지를 옥죄고 재건축단지 주민은 우울증에 분노할 상황이다. 누가 잘못이며 무엇이 잘못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이즈음에 본래 착하고 심성이 고운 우리 시민의 마음을 되돌려 아름다운 우리 동네 만들기로 마음의 중심을 옮겼으면 한다. 고독의 공간에서 공유의 공간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재건축을 위해 조합을 결성하기 이전에 그 정성과 열정으로 ‘아름다운 우리 동네 만들기 협의회’를 결성하는 것이 어떤지? 그리고 조합이 구성되어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는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보다 생각하는 것이 어떤지, 재건축이 완료된 단지는 조합의 기능을 ‘살고 싶은 우리 동네 만들기 협의회’로 전환하여 삶이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어떤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도 정책의 초점을 이러한 관점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과 현상만을 보고 내리는 처방은 무리한 개입이 될 수 있고 최소한의 시민의 자유의지를 보호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재건축 이전단지, 재건축 진행단지, 재건축 이후단지 각각에 맞는 지원 대책을 고려 할 수 있다. 시민의 심성을 순화시키고, 생활의 기쁨을 주고, 시민문화가 있는 생명이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도록 행·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시민의 필수적인 활동 공간 뿐 아니라 선택적, 사회적 활동의 공간을 고독한 시민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비계획수립내용에 인간적이고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는 물리적 환경구조를 보다 자율적으로 고안하게 하고, 주민을 통해 이러한 공간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정이 넘치는 생활문화공간을 만들어 나가도록 물적, 인적 지원을 해야 한다. 개발과정에서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도 있고, 각종 부담금을 융통성 있게 경감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생각의 잣대를 바꾸어야 한다. 주택은 가족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가장 기초적인 사랑의 공간이지 재산증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적절한(affordable) 주거공간에 만족해야 하며,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웃과의 접촉의 강도를 높여 갈 수 있는 공간과 활동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웃과 수동적인 접촉에서 우연한 접촉→아는 사람→친구→가까운 친구로 강도를 높이는 방법에 우리 모두의 열정을 집중시켜야 한다.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앞으로 주거단지의 경제적 가치는 물리적 구조의 변화로만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이웃과 이웃의 삶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위로, 인간성 회복의 장과 방법을 단지안에 갖추고 있는가를 통해 커뮤니티의 가치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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