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이야기>식민기지 항구의 건설
<김의원의 국토이야기>식민기지 항구의 건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5.12.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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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1 14:09 입력
  
구한말 우리나라 항구시설은 보잘 것이 없었다. 수백년간의 쇄국정치가 항구의 발달을 저해한 때문이다.
그러기에 18세기 후반 우리 선조들은 중국의 항구와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포구는 이를테면 물양장이나 부두시설 같은 것이 없어 배를 탈 때는 인부가 업어 태우고 내린다고 말했는가 하면, 말이 배에서 내릴 때는 흔히 앞다리가 부러진다고도 말했다. 이는 한말의 우리나라에는 정말 포구다운 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1876년 개항이 이루어지자 구한국 정부는 1906년부터 1910년까지의 5개년 계획으로 총공사비 364만원을 들여 인천을 비롯한 목포, 군산, 서울, 부산, 원산, 청진, 진남포, 신의주 등 9개 항구와 마산, 평택, 대구, 성진 등 4개 항시(港市)에 대한 공사를 완료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항구시설이었다.
우리나라의 개항은 일본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개항의 지정은 항만의 자연조건, 정치·군사적 고려에서 이루어졌다. 일제하의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항만의 수가 삼백 수십여개 있었다. 이 가운데 개항장은 14개뿐이었고 지정항은 마산, 진해, 통영, 삼천포, 여수, 제주 등 38개 항이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구한국 정부의 항만사업을 인계받아 계속해서 시설을 확장했다. 1915년부터는 원산항을, 1922년부터는 청진항과 성진항을, 1929년부터는 군산항 다사도항 목포항 웅기항을 수축하였다.
일제는 36년동안 38개항에 대한 수축을 실시했는데 연간 하역능력이 2천600톤이었다. 또한 그들은 항만 건설과정에서 근 100만평에 달하는 해면을 매립하기도 했다.
일제가 이룩한 항만수축의 본질은 그들의 대륙정책 수행을 위한 교두보 구축과 쌀 반출을 위한 항만건설, 자원반출을 위한 항만건설, 군항 또는 일본기업의 전용항 건설 등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산업과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입지가 결정되고 건설이 이루어졌다.
군산항과 목포항이 호남지방의 미곡을 실어내기 위해 건설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특히 군산항은 1899년의 개항이래 배후 지역인 전라북도의 광대한 평야와 충남의 강경평야에서 생산되는 미곡 350만석중 매년 200만석을 군산항을 통하여 반출했다. 이는 전국 미곡 반출량의 23%를 차지하는 양이다.
목포항의 경우는 1929년 기준 배후지역의 미곡생산량은 230만석이었고, 이중 다른 도(道)로의 이출량은 20만석 정도였으며, 일본으로의 반출량은 연평균 50만석이었다. 제주항은 고구마기름을 짜는 공장의 전용부두 건설로 출발했다.
1940년 강원도 양양부근의 철광에서 많은 철광석이 생산되었는데 이것을 반출하려면 원산까지 싣고 가야 했다. 그런데 운반비가 1톤당 2엔이었으므로 이 운임을 절약하기 위해 묵호항을 건설하게 됐다.
일제가 건설한 항만 가운데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나진항이다. 나진은 성진, 청진과 더불어 일본의 대륙침략 루트, 이른바 북선루트의 거점이었다. 때문에 일제는 배후지역도 없는 조그마한 어촌을 전략적인 항만으로 건설했다.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조선시가지계획도 나진 개발을 위해 만든 것이다.
태평양전쟁이 가열됨에 따라 일본은 대륙으로부터 본토로 전략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이른바 전가물자에 대한 수송계획을 세웠다. 이들 전가물자는 북지나(北支那)와 만주에서 오는 석탄, 서철, 강재, 콩 등의 전략물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철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오면 부산항, 목포항, 마산항, 여수항을 통해 수송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철도수송 능력은 연간 500만톤 정도였으므로 철도국은 하역장비의 도입과 여객열차편의 축소 등 대비책을 서둘렀으며 항만에서는 4개 항에 대하여 하역기계를 확충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항은 화차항송(貨車航送) 설비를 시설함과 동시에 적기(赤崎)에 안벽을 축조했고, 목포항에는 삼학도에 철도인입선을 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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