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결의서 징구와 정비업체 등록
서면결의서 징구와 정비업체 등록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9.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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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9조에서 말하는 조합 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속에는 당연히 주민총회나 조합원 총회 개최를 위한 서면결의서 징구업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론이 나온지도 상당 기간이 흘렀다.


처음 법제처의 해석이 등장할 당시 많은 정비사업 전문가들의 십자포화라 불러도 좋을 만큼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무색하게도 법제처의 해석론은 일선 행정청에 의하여 전폭적으로 수용됨으로써 어느덧 정비사업계에서 사실상의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규의 불합리한 해석운용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이지만 누군가 소송을 통하여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이끌어내기 전까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사업장들은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하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이미 선정되어 활동 중인 정비업체와 특정 총회에 관한 서면결의서 징구에 관한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물론 서면결의서 징구활동을 원래의 업으로 삼는 이른바 ‘OS업체’에 상응할 만큼 충분한 인력을 항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비업체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비업체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로부터 서면결의서 징구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은 후 이를 OS업체에 재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결국 OS업체의 직원들이 종래와 마찬가지로 서면결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대하여 누군가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직접 OS업체와 계약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탈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면결의서 징구업무를 재위탁한 정비업체 쪽에서 전적인 업무위탁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정비업체의 지휘·감독 하에 OS업체 직원들의 업무가 행하여졌다고 항변한다면 이를 두고 쉽게 탈법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더구나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좀 더 신중을 기하여 서면결의서 징구업무를 정비업체에 위탁하고 그 정비업체가 OS업체에 재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임시직원을 채용하는 형식을 취한다면 탈법을 주장하는 쪽의 입장은 더욱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업장에 따라서는 정비업체가 선정되어 있지 않거나 정비업체로의 위탁 자체를 번거롭게 생각하여 아예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직접 임시직으로 인력을 고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 기왕에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반드시 정비업체에 위탁하여 서면결의서 징구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직접 그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는 너무나 뻔해서 어쩌면 불필요해 보이는 국토해양부의 유권해석까지 있는 마당이니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며칠전 한 추진위원장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인 즉, 정비업체와의 계약이 해지되어 추진위원회가 직접 임시 인력을 채용하여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는데 행정청으로부터 해당 인력들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자들이 아니어서 위법하고 따라서 즉각 이들의 활동을 중지시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가 막바지에 이르고 곧 창립총회를 위한 서면결의서 징구업무까지 필요한 상황인데 임시로 채용한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자 추진위원회는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정비업체에 동의서나 서면결의서의 징구를 위탁하지 않고 직접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그 업무수행을 위하여 부족한 인적 역량을 보충하고자 임시로 인력을 채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해당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은 국토해양부도 인정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처리방법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터인데 일선 행정청에서는 바로 그 임시로 채용되는 인력 개개인도 모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록을 마쳐야 적법하다는 해석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추진위원회도 수긍할 수 있고 행정청도 양보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으로 해결책이 모색되어 급한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불합리한 법제처의 법규해석론의 폐해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확대재생산 되는구나’ 하는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법제처의 법규해석은 법원의 판결과 달리 확정되어 다툴 수 없는 효력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선 행정관청이 사실상 이를 따르게 되므로 어떤 면에서는 판결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법제처 내부의 논의를 통한 기존의 불합리한 해석론의 변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거창하게 죄형법정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번거로운 계약형태의 변경만을 야기할 뿐 아무런 실익이 없는 서면결의서 징구에 관한 법제처의 해석론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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