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불량건축물 구체적 판정방법
노후·불량건축물 구체적 판정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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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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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정비구역 지정 시 노후·불량건축물의 판단과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이 취하였던 법리가 대법원에 의하여 파기됨으로써 당장 정비계획이나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행정청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지난 글에서 이미 언급했던 바와 같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물 준공연한 경과가 노후·불량건축물의 판단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에 관하여 재판부에 따라 통일된 해석론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었다.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도정법 시행령이 정하는 준공연한의 경과는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이나 구조적 결함 등을 고려하여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고, 준공연한의 경과가 노후화의 대표적인 기준이라 할 것이므로 별도로 철거가 불가피한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자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구축하고 있었다(서울고등법원 2010누4461 판결 등).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된 몇몇 사건에서 상고이유가 없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서울고등법원의 해석이 옳았음을 확인하여 주는 듯 했다(대법원 2011두20895 판결 등).


그러나 준공연한의 경과 이외에 별도로 철거불가피성을 판단할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함으로써(대법원 2008두9270 판결)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도정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준공된 후 20년 등’과 같은 일정기간의 경과는 도정법 제2조 제3호 다목이 정한 철거가 불가피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노후·불량화의 징표가 되는 여러 기준의 하나로서 제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준공된 후 20년 등의 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그로써 곧 도정법과 그 시행령이 정한 ‘노후화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에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선언함으로써 건축물의 노후·불량화를  뒷받침할 별도의 자료가 구비되지 않는 한 노후·불량건축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16592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에 뒤이어 같은 쟁점으로 상고심에 계류되어 있던 사건들이 모두 동일한 취지로 파기환송 되었고, 그에 따라 정비계획수립권한을 지닌 행정청과 당장 정비구역지정 취소로 인한 효과를 직접 겪게 된 추진위원회나 조합은 파기환송심에서 어떠한 대책을 수립하여 소송에 임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행정청에서는 도정법 제2조 제3호 다목이 ‘철거가 불가피한’ 부분이 삭제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므로 별도의 조치없이 다만 형식적으로 현시점에서의 노후도만을 새로이 산정하여 정비계획이나 촉진계획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소송에 대한 대비로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필자에게 개진하여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거가 불가피한’ 부분이 삭제되는 것으로 도정법이 개정되었다고 하여도 곧바로 시행령이 정한 준공연한 경과라는 요건만을 갖추게 되면 노후·불량건축물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다.


‘철거불가피성’ 이외에도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이라는 도정법 제2조에서 정하는 노후·불량건축물의 요건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도 마찬가지로 ‘건축물 준공 후 일정기간의 경과는 노후·불량화의 징표가 되는 여러 기준의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며, 개정된 도정법 하에서도 그와 같은 해석이 달라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건축물의 노후·불량화를 판정할 수 있는 전문가로 하여금 실사를 거치도록 하고 그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구역의 노후도를 측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이 정비구역을 지정하거나 기존의 정비구역지정처분을 ‘변경’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이 정비구역 또는 촉진구역을 지정하거나 변경지정하지 않고 기존의 처분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소송과정에서 이와 같은 자료를 사후적으로 구비하여 제출하는 것도 유효한 대처방법이 될 수 있다(1심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구비된 증거제출로 승소하고, 이후 2심과 3심에서도 그 결론이 유지된 사례가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노후·불량화를 판정하는 자료를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갖추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여 볼 수 있으니 참고 하기 바란다.


첫째,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등록된 믿을 수 있는 안전진단전문기관을 선정할 것.

 

둘째, 시행령이 정하는 일정 연한이 경과한 건축물을 그 조사대상으로 할 것(전수조사의 경우 비용이 증가함).

 

셋째, 상당한 규모의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할 것(위 사례의 경우 건축구조기술사, 건축기사, 도시계획기사 등 총 12명의 전문가가 투입되었음).

 

넷째, 이와 같이 투입된 전문가들의 현장조사와 자료분석은 상당한 기간동안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것(위 사례의 경우 6차례의 현장조사와 그 자료분석에 약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됨). 다섯째, 실사의 방법과 보고서의 작성은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적절히 활용할 것.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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