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대의원회 운영과 법적 안정성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대의원회 운영과 법적 안정성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5.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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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11:40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원 수가 100인 이상인 경우 해당 정비사업조합으로 하여금  반드시 대의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25조제1항). 조합원 수가 100인 이상인 규모의 조합이라면 정비사업을 위한 의사결정을 위하여 매번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대의원회를 구성토록 하여 일정부분 조합원총회의 기능을 대행토록 함으로써 조합의 운영이 합리적이고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려는 취지이다. 그리하여 창립총회에는 대의원회 구성에 관한 안건(통상 대의원 선임의 건으로 표현된다)이 예외없이 포함되게 된다.
 

창립총회를 통하여 구성된 대의원회는 도정법과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총회와 함께 조합의 주요한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대의원회의 권한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의원회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 정관의 변경·자금의 차입·시공자 선정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법 제25조제2항).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찰참가 자격제한, 입찰대상자 지명, 총회에 상정할 건설업자의 선정 등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시공자선정기준에 의하여 인정되는 대의원회의 권한이다. 그렇다보니 대의원회의 구성이나 그 의결의 유효성이 핵심 쟁점이 되어 첨예한 갈등상황이 표출되는 시기가 시공자 선정 시즌과 일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다. 대의원회 구성의 위법함을 논증하려는 측에서 지적하는 사유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 중 특히 빈번히 거론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 창립총회에서의 대의원 선임당시 개별 대의원 후보가 아니라 대의원 후보군 전체에 대하여 찬반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안건을 구성할 경우 조합원의 개별 대의원 후보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되어 대의원회 구성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일부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대의원 후보군 전체에 대하여 찬반의 의사표시를 묻는 내용으로 안건이 구성되어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 개별 대의원 후보에 대한 찬반 의사표시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나 이를 보편적인 법원의 입장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오히려 하급심의 주류적 입장은 개별 대의원 후보에 관하여 찬반의 의사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의원 선임결의는 조합원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무효라는 논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법리적 관점에서도 보다 타당한 결론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도정법이나 정관상 최소대의원 수가 충족되어야 적법한 대의원회 구성이라 할 것인데 일부 대의원의 유고로 법정 대의원 수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대의원회 구성 자체가 위법하게 된다는 주장으로 이는 종전 법제처의 해석론이기도 하다. 이에 관하여는 아직 법원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대의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이 적법한 것인지 다투어진 사안에서 법정 추진위원수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고 하여 그것만으로 추진위원회의 구성이 당연히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하급심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게다가 정비사업조합과 실질이 유사한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에 관한 사안에서 무자격 대의원이 존재하여 법령이나 정관이 정하고 있는 대의원 정족수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대의원회 구성 및 대의원회 의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법정 대의원수를 기준으로 하여 의사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정도의 다수 대의원이 참여하여 이루어진 의결이라면 그 대의원회 의결은 적법·유효한 것으로 승인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고려하면 첫 번째 사유와는 달리 두 번째 사유에 관한 법률적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만의 하나 법원에 의하여 대의원회 구성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조합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새로이 대의원회를 구성하거나 보궐선임을 통하여 법정 대의원수를 충족하는 등 하자 치유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반드시 제기되는 이슈가 하나 더 있다. 하자의 치유를 통하여 장래에 있을 대의원회 구성 및 그 의결의 적법성은 담보된다고 해도 하자치유가 이루어지기전까지 기왕에 이루어진 조합의 업무, 특히 위법한 대의원회의를 거쳐 개최된 조합원총회 결의의 효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에 관하여도 아직 법원의 입장이  뚜렷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도시재개발법상 재개발조합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결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초 재개발조합 총회에서 임원을 선임한 결의에 대하여 후에 다시 개최된 총회에서 위 종전 결의를 그대로 재인준하는 결의를 한 경우에는 설사 당초의 임원선임결의가 부존재 혹은 무효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총회가 당초 임원선임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임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이므로 무권리자에 의하여 소집된 총회라는 사유는 이를 독립된 무효사유로 볼 수 없다 할 것인바, 만약 이를 무효사유로 본다면 최초의 임원선임결의의 무효로 인하여 연쇄적으로 그 후의 결의가 모두 무효로 되는 결과가 되어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하게 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다64479 판결)”.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조금만 더 확장하여 생각해본다면 당초 대의원 선임이 위법하다 하더라도 위법한 대의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 개최된 조합원총회 결의까지 무효로 보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것이어서 법원이 쉽게 취하기 어려운 결론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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