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결의서의 의미와 공개 의무
서면결의서의 의미와 공개 의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12.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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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정비사업조합 혹은 추진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주요한 의사결정은 조합원총회 혹은 주민총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바, 조합원총회나 주민총회를 통한 단체적 의사는 궁극적으로 해당 안건에 관한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결권 행사의 집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 혹은 토지등소유자들의 적정한 의결권 보장이야말로 올바른 단체적 의사 형성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또 개별 조합원 혹은 토지등소유자의 가장 바람직한 의결권 행사방식은 해당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총회에 직접 참석하여 안건에 관한 제안 설명을 듣고, 그에 관하여 여러 참석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비판 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의사를 형성·확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조합원총회나 주민총회의 운영에 있어 조합원 혹은 토지등소유자들의 직접 참석을 통한 의결권 행사만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할 경우 다수 조합원 혹은 토지등소유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총회의 개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러기에 모든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는 예외 없이 정관이나 운영규정을 통하여 ‘서면결의서’를 통한 보충적 의결권 행사 방법을 규정하여 두고 있다.


한편 주민총회나 조합원총회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의결권 행사의 원칙적 모습인 직접 참석 후 현장에서의 의결권 행사보다는 서면결의를 통한 참석과 의결권 행사 방식이 압도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관하여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로서는 보다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로서는 의사정족수 부족에 따른 총회의 무산을 미연에 방지하여 총회운영에서의 안정성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 싶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총회나 조합원총회 의결여부는 대부분 서면결의서에 의해 좌우되고 해당 총회의 효력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서면결의서는 그 성립의 진정성이나 유효성을 둘러싸고 빈번하게 다툼의 대상이 된다.


법정에서의 다툼을 떠나 정비사업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면결의서를 둘러싼 갈등은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합이 이를 공개하여야 하는 것이냐에 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이를 법적 의미로 치환하여보면, 서면결의서가 과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규정된 총회 의사록의 ‘관련 자료’로써 공개대상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워낙 현실에서 자주 문제가 되어 왔기에 여러 전문가들이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법제처나 하급심에서도 나름의 해석론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의 견해가 반드시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도정법상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이 형사책임과 연결되어 있어 무리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은 곤란할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에 의하여 사업방해 수단으로 악용될 현실적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체로 서면결의서는 공개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였다.


반면 법제처의 경우 ‘정비사업 시행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조합원 등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서면결의서를 총회의사록의 ‘관련 자료’로써 공개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대조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의 일부 재판부의 경우 법제처의 해석과는 달리 ‘의사록은 회의 진행과정 및 결과, 안건에 대한 의사 등을 기록한 것이므로 서면결의서의 내용과 제출자 명단은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상반된 시각은 결국 최고의 법해석 기관에 의해 정리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은 “도정법 제81조제1항 본문에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자료’로 규정하고 제3호에서 의사록을 규정하고 있는바,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 조합원 등의 의사결정내용이 올바르게 반영되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록 이외에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의사록의 관련자료로 볼 수 있는 점...(중략)... 등에 비추어 보면,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는 도정법 제81조제1항제3호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해석”이라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조합원의 알권리를 우선하는 해석론을 확립하였다.


비록 도정법이 개정되기 이전의 사례이긴 하지만 현재의 법 상태라고 하여도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차후 서면결의서 공개요청을 받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는 불필요한 형사책임에 휘말리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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