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등마을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긴등마을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1.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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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주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조합설립인가처분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인가처분의 내용을 변경하는 인가처분이 있는 경우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변경인가처분에 흡수되어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처분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가 요구되지 아니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상의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설사 행정청이 조합설립변경인가의 형식으로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은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과는 별개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의미에 불과한 변경인가처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설권적 처분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정법 시행령상의 경미한 사항에 대하여 조합이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어떨까.


창립총회에 준하여 조합임원을 선임하고 정관을 의결하며 조합설립동의서를 새롭게 징구하였으므로 중대변경과 같이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소멸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지, 아니면 중대변경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소멸하지 않고 여전히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는 경우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유효를 전제로 당해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이 매도청구권 행사, 시공자 선정에 관한 총회 결의, 사업시행계획의 수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등과 같은 후속행위를 하였다면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로 확인되거나 취소될 경우 그것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 위와 같은 후속 행위 역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형태의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있다고 하여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우선 중대변경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도정법 상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면 경미한 변경으로 보고,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동일한 내용의 조합설립인가가 있기 때문에 종전의 조합설립인가가 무효가 되더라도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에 의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종전의 조합설립인가를 다툴 소의 이익이 소멸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를 치유하기 위하여 똑같은 절차를 다시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는 경우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 후 후속행위를 진행하다가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문제되어 다시 창립총회에 준하는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밟아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에 따른 후속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인가처분의 하자기 치유되지 않는 한 그 후속행위들은 모두 무효로 보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새로운 절차에 따른 변경인가처분이 있다 하더라도 이 변경인가처분을 근거로 기존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를 치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령 조합설립인가처분 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준하는 변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다라도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는 치유되지 않는다.


당초 설립인가처분의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준하는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 외에 사업시행인가 등의 후속행위와 관련된 절차를 새롭게 밟아야 한다.


결국 긴등마을 대법원 판결은 도정법 상의 주요 행정처분에 대하여는 하자치유를 인정하지 않고,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하자를 보완한 똑같은 절차를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위 대법원 판결은 조합설립 동의요건인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이상’의 의미가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토지 소유자, 건축물 소유자’ 모두의 5분의 4이상임에도 ‘토지 소유자 5분의 4이상’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중 어느 하나로 보고 이루어진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하여 그 하자가 중대하지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당연 무효는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이상’의 문언적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대법원이 얼마나 행정처분의 당연무효기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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