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결의서 양식의 배포의무 논란
서면결의서 양식의 배포의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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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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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지난 기고에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서면결의서의 의미와 그 공개의무에 관한 논의를 소개한 바 있다. 서면결의서의 공개의무에 관한 논의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임원 등에 대한 형사적 책임에 대한 것이라면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서면결의서 양식의 배포의무에 관한 문제는 서면결의서 양식이 일부 조합원에게 배포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안건에 관한 총회 결의의 민사적 효력이 주된 쟁점으로 떠오르는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인근의 모 재개발 구역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임원선임의 건에 관한 조합원들의 서면결의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권 양식을 마련한 후 이를 조합원 전원에 배포하지 않고 조합원들을 직접 방문하여 교부한 후 해당 조합원이 서면결의에 의한 투표권을 행사하면 이를 징구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이 서면결의를 위한 투표권 양식을 수령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임원선임에 관한 창립총회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조합원들에게만 서면결의를 위한 투표권 양식을 배포한 것은 이를 교부받지 못한 다른 조합원들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한 것이며 서면결의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해당 안건에 관한 창립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주된 논거였다.


해당 사안에서 서면결의에 하자가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도정법〉이나 정관상 일반적으로 서면결의가 어떠한 절차나 형식을 갖추어야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도정법〉의 경우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법에서 정한 것과 달리 각종 총회 관련 서면결의서 양식에 관하여는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다만 총회의 ‘의결방법’을 정관으로 규정하도록 할 뿐이다(도정법 제24조제5항).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이 별다른 변경없이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표준정관 역시 안건내용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여 총회 전일 18시까지 조합에 도착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 외에 특별히 서면결의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절차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도정법〉과 표준정관의 규율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적법·유효한 서면결의서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는 ①문서의 형식을 갖출 것(특히 작성명의인의 존재) ②안건이 표시될 것 ③안건에 대한 작성자의 의사가 표시될 것 ④총회 전일 18시까지 조합에 도달될 것 등과 같이 정리할 수 있으며 그러한 요소를 갖추는 것만으로 서면결의서의 효력을 인정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서면결의서 양식을 조합원 전원에 배포하지 않으면 총회 결의에 하자가 생긴다는 입장은 위에서 언급한 서면결의서의 유효요건에 더하여 ⑤조합이 서면결의서 양식을 작성하여 ⑥토지등소유자 전원에게 교부하여야한다는 추가적인 요소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먼저 그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면결의서 양식을 미리 마련하여 토지등소유자 전체에게 빠짐없이 교부하여야 할 조합의 절차적 의무를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도정법〉이나 표준정관 어디에도 그러한 서면결의서의 절차적 유효요건을 확인할 수 없다. 설령 〈도정법〉이나 정관에 그와 같은 명시적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한다 하더라도 일부 조합원에 대한 서면결의서 양식의 배포누락이 반드시 총회 결의의 무효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즉, 조합이 서면결의서 양식을 교부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교부를 누락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스스로 개별적으로 조합에 교부를 요청해 조합으로부터 서면결의서 양식을 수령할 수 있었던 경우 결과적으로 서면결의를 통한 의결권 행사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므로 전체 서면결의나 총회 결의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기 어렵다.


결국 〈도정법〉이나 정관상 서면결의서 양식에 관한 제한과 조합의 서면결의서 양식의 교부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정위반을 이유로 총회 결의의 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부득이한 사유로 총회에 직접 참석할 수 없어 서면결의를 통한 의결권 행사만이 가능한 조합원이 조합에 대하여 서면결의서 양식 교부를 요청하였음에도 조합이 아예 서면결의서 양식을 마련하여 두지 않았거나 양식을 마련하여 두고도 그 교부를 거절하며 직접 참석만을 강요하는 등 서면결의를 통한 의결권 행사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특정 조합원의 의결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경우에 국한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같은 쟁점에 대해 “조합원들이 서면결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된 것도 아니며, 조합원들이 총회에 출석하여 결의할 기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어서, 조합원들의 참여기회가 원천적으로 배제된 채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2가합2210 판결)이 매우 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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