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총사업비 증가시 의결정족수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총사업비 증가시 의결정족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4.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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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1:37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조합이 사업진행 과정에서 총사업비 증가라는 과제를 맞닥뜨리는 것은 필연적이긴 하지만 매우 곤혹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총사업비 증가현상은 물가상승이나 건설경기변동에 따른 시공비 등의 증가,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누적, 현금청산대상자 출현 등이 그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총사업비는 조합설립동의서에 반드시 기재되어야 하는 사항이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26조제2항).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정비사업조합이 시행할 정비사업의 개요와 그에 수반되는 비용의 규모를 개략적이나마 알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조합설립에 동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그러나 조합설립동의단계에서 제시되는 정비사업비의 규모는 확정된 사업계획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시공사와의 도급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산정된 것도 아니어서 말 그대로 ‘개략적’ 추산금액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보다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총사업비는 사업시행인가, 시공자 선정, 분양신청결과를 통한 현금청산규모 파악 등의 단계를 거쳐 관리처분계획 수립과정에서 비로소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애초 조합설립동의서를 통하여 제시되었던 총사업비 규모와 관리처분계획 수립단계에서 제시되는 현실적인 사업비의 규모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 사업구역이 대부분인 탓에 총사업비 증가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필요한 원칙적 의결정족수인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는 부족하고 조합설립인가 사항의 변경에 준하여 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종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재건축결의에 근거하여 시행된 재건축사업의 경우 명확한 수치적 기준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물가변동 등 변화하는 건축경기 상황 등에 비추어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합리성 있는 범위 내”라는 추상적 판단기준을 정립한 후 구체적 사안별로 특수성을 고려하여 새로운 재건축결의에 준한 특별의결정족수가 필요한지 여부를 가려왔다(대법원 2004다3864 판결).
 
대법원이 사안별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였기에 총사업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증가하였을 때 새로운 재건축결의가 필요한 것이냐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통상 당초 사업비의 4분의 1 이상의 비율로 상승하였을 경우 재건축결의사항의 실질적 변경으로 보아 관리처분계획결의에 재건축결의에 준하는 특별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때 재건축결의의 내용인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한 종래 대법원의 법리를 〈도정법〉상의 조합설립동의에 그대로 적용하여 조합설립동의서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역시 상당히 구체적이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조합설립 혹은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주장으로 전국의 정비사업 현장이 한바탕 몸살을 앓다가 종전 재건축결의의 법리를 〈도정법〉상의 정비사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고서야 진정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재건축결의에 있어 총사업비 증가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법리를 〈도정법〉상의 정비사업에도 여과없이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조합설립당시에 제시된 총사업비의 규모가 상당한 폭으로 증가되었다면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의 의결정족수는 조합설립인가사항의 변경 또는 새로운 조합설립에 준하여 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총사업비 증가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비용분담 사항의 변경에 따라 실질적인 재건축결의 변경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대법원은 조합설립 변경인가에 요구되는 조합원 4분의 3 이상이 아니라 정관변경에 필요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법리를 구축함으로써 종래 재건축결의에 관한 법리와는 일정한 선을 그은 바 있다(대법원 2007다31884 판결).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에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였고 심지어 하급심 재판부들 중에도 여전히 큰 폭의 사업비 증가를 내용으로 한 관리처분계획의 의결정족수에 관하여 ‘총 조합원 4분의 3 또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다소 어정쩡한 논거를 제시하는 등 종래 재건축결의에 관한 법리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참고로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명확히 4분의 3 기준을 포기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바 있는데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를 충실히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도정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총사업비의 변경이 조합설립인가의 경미한 변경으로 명확히 바뀌었고 이를 통하여 최소한 총사업비의 증가와 관련한 관리처분총회의 의결정족수 문제는 완전히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상당한 규모로 사업비가 증가하였음에도 원칙적인 의결정족수인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족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0구합38554 판결). 
 
최근 개정된 〈도정법〉은 대법원의 법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총사업비 10퍼센트(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제외) 이상의 증가에 관하여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함으로써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총사업비 증가규모에 상관없이 과반수의 찬성이면 족하다는 기존 〈도정법〉 시행령의 내용보다 불리해져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조합들을 더욱 궁지에 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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