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결의서 공개의무 부담
서면결의서 공개의무 부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6.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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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최근 수도권의 한 재개발조합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여 조합원총회가 두 번이나 거푸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정관에 따르면 2회 연속 총회가 무산되면 대의원회로 총회를 갈음할 수 있도록 하여 조합의 업무중단 사태를 방지하고 있긴 하지만 대의원회로 갈음할 수 없는 안건일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무산된 총회 개최과정에서 투입된 경제적·시간적 손실 역시 딱히 만회할 방법이 없음은 물론이다.


모든 조합들이 예외없이 서면결의서를 통한 보충적 의결권 행사 방법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도 조합원의 직접 참석을 통한 의결권 행사만을 인정할 경우 다수 조합원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총회 개최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면결의서의 원활한 징구는 내용적으로는 안건의 의결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총회의 개최를 위한 의사정족수 총족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앞서 언급하였던 조합의 경우에도 바로 이 서면결의서 징구업무가 원활하지 못하여 두 번의 총회 무산 사태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면결의서의 제출을 저해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해당 조합의 경우 서면결의서의 공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담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서면결의서를 제출할 경우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세력이 제출된 서면결의서의 공개를 요청하여 누가 어떠한 안건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하였는지 밝혀내겠다며 심리적 압박을 가함에 따라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를 통한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제한되었던 것이다.


사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직접적으로 ‘서면결의서’를 공개 대상 서류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탓에 서면결의서가 공개대상이 되는 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공개 대상 서류에 관한 도정법 규정이 처벌규정과 연결되는 형벌법규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서면결의서를 공개대상 서류나 관련자료로 볼 수 없다는 해석론을 전개하였다.


반면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서면결의서가 엄연히 공개 대상 서류인 총회의사록의 관련자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개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관한 법원의 입장도 일관된 것은 아니어서 재판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결국 대법원은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 조합원 등의 의사결정내용이 올바르게 반영되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록 이외에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의사록의 관련 자료로 볼 수 있고, 그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2.2.23. 선고 2010도8981 판결)는 취지로 선언함으로써 서면결의서의 공개의무에 관한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하여 서면결의서를 공개토록 함으로써 조합원 개개인의 의결권 행사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엄포가 가능하였던 것이다.


조합으로서는 서면결의서 공개의무에 따른 총회무산 위험성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들은 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하여 비밀투표 방법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의사결정의 비밀을 보장받는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다수의 조합원이 존재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조합원 개인의 의사결정의 비밀이 현장참석자에게만 보장될 이유는 없으며 서면결의자에 대하여도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도정법은 서면결의서의 양식을 정하고 있지 않아 작성자의 성명, 주소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안건에 관한 의사표시와 함께 기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부분의 조합들은 관행적으로 안건에 관한 의사표시와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함께 기재하도록 하는 양식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양식의 서면결의서는 서면결의서가 공개대상 자료로 인정됨에 따라 개인정보와 그 의결권 행사의 비밀을 담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만을 제외하고 공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주민등록번호만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는 개정 도정법 규정에 부딪혀 형사적으로 시비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결국 안건에 관한 의사는 현장투표용지에 준하는 투표용지에 표시하도록 하고 조합원의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그 투표용지를 담는 봉투에만 기재토록 함으로써 개인정보와 의결권 행사의 내용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면결의서 양식을 바꾸는 것만이 서면결의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결권 행사의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 대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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