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관련 판결 사례 (ⅱ)
매몰비용 관련 판결 사례 (ⅱ)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8.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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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지난 기고에 이어〉

 

대법원 95다28991 판결을 ‘비용분담을 확정하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없는 한 조합원들은 비용분담 책임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경우 정비사업조합에 확대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가 조합을 결성하여 주택을 건설하게 되는 순수 민간사업이다. 조합원이 비용을 분담하는지 여부, 분담한다면 구체적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법령 기타 어떠한 공법적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조합의 사적자치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반면 정비사업조합은 설립인가라는 설권적 처분에 의하여 공익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 받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령이 조합원들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조합의 사적 자치에 맡겨둘 리 만무하다. 근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정비사업비 부담의무를 명확히 규정한다. 예산의 확정이나 예산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관하여는 반드시 조합원 총회의 사전 결의를 득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 시 조합임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예산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반드시 사전에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도정법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산으로 정한 범위 내 비용은 당연히 ‘조합원의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 예산의 범위를 넘어서는 비용의 경우에도 별도의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면 이 역시 조합원들의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 예산으로 정하거나 별도 총회의 의결을 거쳐 발생한 비용은 당연히 조합원의 부담이 된다는 메시지를 이보다 어떻게 더 명확히 전할 수 있을까. 정비사업조합의 정관 역시 조합원의 현물출자의무와 정비사업비 납부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구체적인 ‘분담비율’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총회 결의로 구체적인 비율을 정하지 않는 이상 비용분담 책임이 확정되지 않아 결국 조합원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일까.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조합원 간 수익 및 손해의 분배 기준으로 기능하는 ‘종전가’, ‘종후가’, ‘비례율’ 및 ‘권리가액’ 등의 다양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다. 조합원 간 형평에 맞게 비용을 분담시킬 기준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별도의 조합원 총회 결의가 없더라도 비용분담의 의무가 있으며 그 분담비율은 조합원 총회 혹은 정관 등을 통하여 다른 분담비율을 확정하지 않는 한 종전자산가액의 비율과 같다고 새기는 것이 온당하다.


참고로 최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현금청산사유가 확정된 시점까지 소요된 정비사업비에 대하여 현금청산자들 역시 분담할 책임이 있으므로 종전자산가액비율에 따라 산정된 비용분담액만큼 현금청산금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비용분담 여부나 분담비율에 관한 조합원총회의 의결 혹은 정관의 규정 없이도 종전자산가액 비율대로 현금청산자들의 비용분담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조합원들의 비용분담의무가 반드시 조합원 총회의 비용분담결의를 전제로 하여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채택한 것과 진배없다.


다음으로 언급되는 대법원 2004다3864 판결을 보자. 구 주택건설촉진법상의 재건축조합과 조합의 채권자 사이에 재판상 화해를 통하여 일정한 채무가 확정되었을 경우, 그 화해의 효력이 조합의 구성원에 불과한 조합원을 구속하여 조합원이 그 채무를 직접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다. 이는 대법원 95다28991판결 중 ①판단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구성원에 불과한 조합원이 조합의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로부터 정비사업의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이 분담할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바로 도출된다? 어불성설이다.


인천지방법원 2007가합12926 판결은 어떤가. 추진위원회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채권자가 추진위원들에게 직접 계약상 책임을 추궁한 사안이다. 법원이 내린 결론은? 이쯤 되면 감이 올 것이다. 추진위원이 추진위원회라는 단체의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계약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법리의 확인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09가합8296 판결을 보자. 조합과 대부계약을 체결한 대부업체가 조합원에 대하여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며 직접 대부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례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조합원은 조합규약에 따라 분담금 결의가 있을 경우 조합에 대하여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을 뿐 직접 대부업체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 판결의 핵심 취지는 무엇일까. ‘분담금 결의가 없는 한 조합원의 분담금 납부의무는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조합원은 조합에 대하여 분담금 납부의무 형태의 내부적 책임을 질 뿐 대외적으로 조합 채권자에 대하여 조합채무를 직접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일까. 여러분 스스로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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